코끼리하고 판다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실제 동물끼리 맞붙으면 무게가 5t 정도 나가는 아시아코끼리를 판다(최대 160㎏)가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두 동물이 대표하는 인도(코끼리)하고 중국(판다)은 어떨까요? 당연히 맞붙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그런데 두 나라 군대는 요즘 두 달째 도클람이라는 곳에서 대치 중입니다. 중국에서 둥랑(洞朗)이라고 부르는 이 지역은 원래 중국과 부탄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곳입니다. 중국이 6월부터 이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하자 부탄에서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인도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인도군이 출동해 도로 건설을 막자 이번에는 중국에서 인도가 자국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두 나라 군대는 돌을 던지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등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도군이 무장 헬기를 국경 지대에 배치하자 중국에서는 인도와 맞닿은 시짱(西藏) 자치구에 ‘헬기 킬러’로 불리는 지대공 미사일 훙치(紅旗)-17을 가져다 놓기도 했습니다.
지도에서 도클람 찾아보면 이 지역이 왜 문제가 되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탄 인도 중국이 만나는 꼭짓점 부근에 이 지역이 자리 잡고 있거든요.
지형을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글 어스’ 도움을 받으면 이 지역이 왜 영토 분쟁 불씨를 안고 있는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정말 딱 분쟁하기 좋은 지역에 도클람이 자리잡고 있죠.
사실 지금까지 지도에 인도라고 나온 시킴 주(州)도 특이한 곳입니다. 네팔과 부탄 사이에 있는 이 주는 1975년까지는 인도 보호국이기는 했지만 엄연한 독립 왕국이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22번째 주가 된 지금도 이 지역에 가려면 별도로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하죠. 중국은 2003년까지 인도에서 시킴을 병합한 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인도는 또 중국이 도클람을 차지하면 흔히 ‘닭의 목(Chicken’s Neck)‘이라고 부르는 ’실리구리 회랑‘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좁은 곳이 폭 17㎞밖에 되지 않는 이 회랑은 인도 본토와 북동부에 자리 잡은 7개 주(州)를 연결하는 구실을 합니다. 만약 중국이 이곳을 차지하게 되면 인도 땅은 두 동강 나게 됩니다.
인도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령 인도 제국이던 시절에는 이런 회랑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회색 부분이 전부 인도였습니다.
그러다 1947년 독립 과정에서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각기 다른 나라로 독립하면서 이 회랑이 생겼습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은 원래 동·서 파키스탄으로 나뉘었는데 1791년 동파키스탄은 다시 방글라데시로 독립했습니다.
과연 두 나라는 언제까지 대립할까요? 외교 문제에 정통한 이들은 다음 달 3~5일까지 중국 푸젠(福建)성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자리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제아무리 중국이라도 손님을 모셔놓고 국경에서 치고받는 건 좀 모양새가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로서도 손님으로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겠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양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
두 나라는 1962년에도 영토 문제로 전쟁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중국이 이겼죠. 그 뒤 인도는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하는 걸 묵인했고, 중국은 인도가 네팔과 부탄을 ’보호‘하는 걸 묵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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