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상무위원 탈락설… 천민얼,시진핑 후계자로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日요미우리 ‘상무위원 7인 명단’ 보도

올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에서 선출될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빠질 수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해 온 왕 서기가 실제로 탈락할 경우 시 주석의 권력 집중 및 장기 집권 계획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에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유임되는 7명의 명단이 최근 폐막한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새 상무위원에는 왕양(汪洋) 부총리,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한정(韓正) 상하이(上海)시 서기,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가 꼽혔다는 것이다. 신문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당 원로들이 참석해 8월 중순까지 열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이 결정된 인사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왕 서기는 69세이지만 상무위원의 나이 제한 불문율인 ‘7상 8하(七上八下·당 대회가 열리는 해에 67세면 유임되고 68세면 퇴임)’에 걸리지 않고 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리커창을 제치고 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당 대회를 불과 2, 3개월 앞두고 왕 서기 탈락설이 나온 것은 계파 간 권력 투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종 명단은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당 대회에서 19기 상무위원 7명이 걸어 나와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때까지 ‘막후 권력 투쟁’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국 전문가는 “왕 서기 탈락설이 나온 것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에 버금가는 ‘시 황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왕 서기가 유임된다면 시 주석이 ‘7상 8하’ 원칙의 예외를 만들어 2022년 이후 자신도 퇴임하지 않고 장기 집권할 계획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왕 서기가 퇴임하면 시 주석도 차차기에는 물러나고 후계자에게 최고 권력을 물려주게 된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전 상하이 총영사)는 “앞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라며 “왕 서기가 유임되지 않으면 장쩌민 주석 이후 유지돼 온 10년 단위 권력 교체의 전통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보도된 7명의 상무위원 구성대로라면 시 주석의 독주 체제가 제동을 받았고, 후 주석 계열 공청단파도 권력 균형을 이루려고 하고 있으며, 장 전 주석 계열도 한정 서기를 유임시켜 명맥을 유지한 형국”이라고 풀이했다.

한 교수는 “시 주석의 권력 집중이 약화되면 밀어붙이기식 강공 외교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정책도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왕 서기 탈락설의 배경에는 비리에 연루돼 미국으로 도피한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왕 서기와 그의 부인이 자신과 관계있다고 잇따라 폭로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에 대한 비리 폭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패 공직자 저승사자’인 중앙기율위 서기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50대인 후춘화 서기와 천민얼 서기가 이름을 올릴 경우 이들은 2022년 이후에도 상무위원에 남을 수 있어 ‘포스트 시진핑’은 천 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후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가 유력 후보였으나, 지난달 쑨 전 서기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낙마해 후계 구도에 대변화가 일어났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재직(2002∼2007년) 당시 언론에 기고한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이나 썼을 만큼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다. 천 서기는 구이저우(貴州) 서기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갈 수 있는 요직인 충칭시 서기로 전격 발탁돼 상무위원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천 서기가 상무위원에 진입할 경우 10년 전 17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과 리 총리가 2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원을 거치지 않고 상무위원에 오른 상황이 재연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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