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독재자 스탈린은 소련에 동조하는 서구의 좌파 세력과 관광객을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 했다. ‘피의 대숙청’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소비에트 선전선동을 곧이곧대로 믿고 추종한 서방세계 얼간이들을 조롱한 것이다. 원래 레닌이 한 말인데 스탈린도 써먹었다.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쓸모 있는 바보들’ 덕에 연간 약 4000만 달러의 관광수익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유엔이 ‘현 시대에 유례없는’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체제로 규정한 북녘을 찾는 서구인들. 자신들이 갖다 바친 돈이 북핵 개발과 참혹한 독재 체제 유지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하다. 굳이 윤리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북한 관광은 위험천만한 선택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피살된 박왕자 씨, 북한 여행을 갔다 올해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그 생생한 증거다.
▷러시아는 24일 북한이 승인한 여행사 ‘엔코리안’ 개설을 모스크바에 허용했다. 다음 달 1일부터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한 미국과 엇갈리는 행보다. 엔코리안이 선보인 15일짜리 관광상품의 가격은 약 2000달러. 이 여행사는 온라인을 통해 ‘런던에서 저녁에 산책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휴일을 즐길 수 있다’며 홍보도 했는데 이게 또 말썽이다. 올 들어 영국에서 반복된 테러 참극을 얄팍한 판매 전략에 써먹은 탓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2014년 10만 명이 북녘을 방문했다. 2020년까지 200만 명 유치가 북의 원대한 목표다.
▷독일 나치 시절, 아우슈비츠에 놀러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북한 관광 역시 마찬가지다. ‘평양의 영어선생님’을 쓴 수키 김이 ‘2500만 명의 주민이 포로처럼 갇혀 있는 거대 수용소 같은 나라’의 관광을 ‘고문 포르노’에 빗댄 이유다. 엔코리안 기자회견장에 나온 북한대사관 참사는 ‘안전 보장’을 강조했으나 소가 웃을 일이다. 북한 관광을 선택하기에 앞서 한 번쯤 되새겨야 할 말이 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지나친 호기심의 위험을 경고한 서양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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