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spots, which is how law enforcement refers to, are areas that generate the most 911 calls or have criminal activity.’ (경찰들 사이에 ‘핫스팟’은 911 긴급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오고 범죄가 발생하는 곳이다)
‘핫스팟’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장소나 ‘물 좋은 클럽’을 의미하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도시의 사전)에 따르면 경찰 사이에선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네요. 특파원 생활을 했던 워싱턴에도 ‘핫스팟’이 많았습니다.
워싱턴에선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메트로’라고 불리죠. 메트로는 우리나라 1호선, 2호선처럼 숫자가 아니라 색깔로 구별됩니다. 블루, 레드, 그린, 오렌지, 옐로우 등 5개 노선이 있죠.
워싱턴 메트로는 한 개의 승강장을 여러 개의 노선이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블루라인과 옐로우라인이 똑같은 펜타곤 역 승강장에 정차합니다. 시간차를 두고 말이죠. 물론 노선별로 승강장을 따로 두는 역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승역’처럼요. 주로 큰 역들입니다.
한 승강장에서 이 라인도 탈 수 있고 저 라인도 탈 수 있으니 편리합니다. 그러나 불편한 점도 있죠. 여러 라인이 정차하다보니 자신이 타려는 라인에 정확하게 승차해야 합니다.
한번은 워싱턴 시내 ‘갤러리 플레이스’라는 역에서 옐로우라인을 타야 하는데 그린라인을 타고 말았습니다. 한참 지난 뒤에야 잘못 탔다는 걸 알았죠. 뭔가 어수선하고 승객들의 인종 구성도 제가 자주 이용하던 라인과 달랐습니다. ‘빨리 내려 되돌아가야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린라인은 말 그대로 워싱턴의 ‘핫스팟’들을 통과하는 라인입니다. 워싱턴 최대 빈곤 지역이자 범죄다발지역인 사우스이스트(남동)지역을 오가는 단 하나의 노선. ‘SE(Southeast의 약자) Washington’이라고 하면 다들 압니다. 미국에서 위험한 동네 10위권 안에 들죠. 그래서 그린라인도 위험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강도 사건도 빈번하고 싸움도 벌어집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린라인을 타도 아무 일도 없지만요.
워싱턴은 크게 남북으로 나뉩니다. 북쪽, 특히 북서쪽은 워싱턴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반면 남쪽은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워싱턴뿐만 아니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대도시는 대개 남쪽이 게토(소수민족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화 된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강남과 미국 대도시 남쪽 지역은 같은 ‘사우스(South)’라도 천지차이죠.
얼마 전 서울교통공사가 외국인들의 서울 지하철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외국인들이 만족하는 7가지 서비스를 꼽았습니다. 주로 안전과 청결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타야 하는 위험한 지하철 노선은 없습니다. 승객이 너무 몰려 ‘지옥철’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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