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수지, 로힝야족 탄압에 눈감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미얀마 정부군, 무차별 사살 의혹
인종청소 우려에 7만명 방글라 피난

수지, 미얀마정권 실질적 권력자
국제사회 “노벨상 박탈해야” 비난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인물로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지 여사(72·사진)가 국제적인 비난에 휩싸였다. 미얀마 내 소수민족이며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에 대한 정부의 조직적인 탄압에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정부군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7만3000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주변 무슬림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란을 갔다. 미얀마 정부군은 ARSA와의 교전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에게도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부군은 로힝야족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하고, 마을 전체를 불태웠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 등에서는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 청소’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수지 여사에게 수여된 노벨 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테러단체 알카에다도 “미얀마 정부에 대한 공격에 나서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국가자문역 겸 외교장관을 맡고 있는 수지 여사는 2015년 집권한 현 정권의 실질적인 권력자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은 오랜 기간 지속됐지만 현 정권이 집권한 뒤 더욱 거세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수지 여사에게 그동안 호의적이었던 국제기구, NGO, 유력 언론 등도 등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에도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ARSA가 해외 이슬람 무장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미얀마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노벨 평화상#수지#미얀마#로힝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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