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핵 반입론 주장 “일본 내 배치 고려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20시 01분


“미국 핵무기로 일본을 지킨다면서 국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 논의인가.”

일본의 ‘포스트 아베’ 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6일 TV아사히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군 핵무기의 일본내 배치 방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또 일본의 비핵 3원칙을 겨냥해 “(핵무기를)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고 논의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정말 괜찮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억지력으로서 충분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6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에서 미군이 핵무기를 일본 국내에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이후를 노리는 유력한 주자일 뿐 아니라 방위상을 지낸 군사안보 분야 전문가다. 일본 정부가 비핵3원칙을 내세우며 핵 비확산을 주장하는 가운데 집권 자민당 유력인물의 핵 배치론 언급은 국내외에서 파문을 부를 수 있다.

그는 방송에서 “국민 감정상으로는 핵무기를 반입시키지 않는 쪽이 좋다는 것도 알겠고 반입한다면 국민이 반발할 것임도 알겠으나 억지력으로서 충분한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된다”며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는 것과 확대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일본 스스로 핵을 보유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세계 어디나 가져도 좋다는 얘기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대변익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정부로서는 비핵3원칙을 정책방향으로 견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비핵3원칙 수정 논의를 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군국주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자민당 총재 외교특별보좌관은 5일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도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 등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핵무장론을 터부시하지 말고 논의만이라도 가능하도록 공간을 열어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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