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션F’ 자금지원 그자비에 니엘
고교 중퇴… 음란채팅 업체로 출발
IT기업 프리 창립, 자산 10조로 키워… 학비없는 대학 ‘에콜42’도 설립
6월 29일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 육성센터인 ‘스테이션F’의 개장식. 사회자가 “너무 대단한 일을 해낸 분이 여기 있다”고 한 인사를 소개하자 무대에 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 시장, 2000여 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는 1분 동안 긴 박수를 보냈다. 끝까지 인사말을 고사한 그와 사진을 찍고 말 한마디라도 나누기 위해 행사 뒤 그의 앞에는 끝이 없는 긴 줄이 생겼다.
주인공은 프랑스 스타트업의 대부로 불리는 그자비에 니엘(50·사진). 스테이션F는 니엘의 사비 2억5000만 유로(약 3375억 원)로 만들어졌다. 교수, 졸업장, 학비가 없는 대학으로 유럽에서 유명한 ‘에콜42’(본보 8월 10일자 A21면 참조) 역시 그가 4800만 유로(약 648억 원)의 사비를 들여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4600만 유로(약 621억 원)를 들여 미국 실리콘밸리에 분교도 냈다.
니엘은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정보기술(IT) 기업 프리(Free) 창립자로 포브스에 따르면 재산이 94억 달러(약 10조622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그의 학력은 고교 중퇴가 전부다. 19세에 음란 대화 채팅 서비스 ‘미니텔’을 만들어 돈을 벌기 시작해 1993년 26세에 프랑스 최초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 ‘월드넷’에 투자한 후 이를 2000년에 5000만 달러(약 565억 원)에 팔아 큰돈을 벌었다. 이후 이동통신사 프리를 설립해 초고속인터넷 접속과 저비용 휴대전화 서비스로 성공을 이뤘다.
“프랑스에서 번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그가 스타트업 육성에 올인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디지털에서 뒤진 프랑스의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 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점차 커지는 사회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그는 최근 벤처 전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든 미국이든 최고 대학이 점점 특권층 집안 출신 학생들로 채워지고 이들이 주요 직업을 독차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가 만든 에콜42는 30세만 넘지 않으면 입학에 어떤 조건도 없다. 그는 “학생을 뽑을 때 수학 실력이 형편없든, 말을 험하게 하든, 심지어 범죄 기록을 갖고 있든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며 “오직 논리와 동기부여 등 두 가지만 본다”고 말했다. 니엘은 스테이션F와 에콜42에 입주하거나 등록한 기업가, 학생들을 위한 무료 거주 스튜디오를 짓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돈 없는 지방 기업인이나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이다. 지금 나는 성공할 수 있는 느낌을 주는 국가, 지역에 있는가? 지도자는 젊은이들을 꿈꾸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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