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등급 ‘어마’ 카리브해 강타… “섬 95% 파괴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3시 00분


美, 하비 이어 또 허리케인 공포
트럼프, 플로리다 비상사태 선포

허리케인 ‘하비’가 남긴 상흔이 아직 아물지 않은 북미에 또 다른 초강력 허리케인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AP통신은 5등급(허리케인 분류상 최고 등급) 허리케인인 ‘어마(Irma)’가 6일 카리브해의 앤티가 바부다와 프랑스령 생마르탱섬 등을 강타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집을 잃었다고 7일 보도했다. 부상자도 20여 명에 이른다. 하비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도 ‘역사상 가장 강한 허리케인’으로 평가받는 어마의 주말 플로리다 상륙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어마는 6일 최대 속도 시속 300km로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덮쳤다. 제라르 콜롱 프랑스 내무장관은 생마르탱섬과 생바르텔레미섬에서 최소 8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기브스 생마르탱섬 영토위원회 회장은 “(섬의) 95%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보실을 통해 날씨가 허락되는 대로 카리브해를 찾을 것을 약속했다. AP는 영국령 앵귈라섬에서도 사망자 1명이 나왔으며 “도로의 90%가 사용이 불가한 상태”라고 전했다.

앤티가 바부다의 한 축을 이루는 바부다섬도 최악의 자연재해 앞에 무너졌다. 가스통 브라운 총리는 “전례가 없는 파괴”라며 피해 규모가 1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바부다에서는 가족과 함께 무너져가는 집에서 대피하려던 2세 아이가 숨졌다. CNN은 “바부다가 가장 크게 강타당한 지역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허리케인 어마는 카리브해 섬들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때리며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마가 버진제도와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와 쿠바에 파괴를 몰고 올 것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에르토리코에는 어마로 인한 폭우로 정전 피해가 이어졌다. 인터넷에는 이미 강풍 피해를 본 미국령 버진제도 등에서 촬영된 파괴된 길과 쓰러진 나무들의 사진이 다수 게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와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제도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엔 “어마가 몰려오고 있다”며 “모두들 조심하라!”고 적었다. AP는 “어마가 이른 일요일 남부 플로리다의 인구밀집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며 “플로리다뿐 아니라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덮칠 수 있다”고 전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앞으로 며칠간 어마가 4∼5등급의 위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마이애미를 포함한 플로리다 일부 지역에선 의무 대피 조치가 취해졌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우리가 집을 다시 지어줄 수는 있지만 가족을 복구시켜 줄 수는 없다”며 대피를 권고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허리케인#하비#카리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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