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대북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훈련에 나서자 중국이 맞불훈련을 실시하는 등 동중국해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각축장이 되고 있다. 미국 일본 인도를 한 축으로 하고 중국과 파키스탄을 다른 축으로 하는 세 싸움으로도 확장되는 모양새다.
미국 공군의 B-1 전략폭격기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는 9일 동중국해 상공에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앞으로도 공동훈련을 통해 미일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정권수립일에 맞춰 이뤄진 공동훈련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견제용으로 분석됐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 소속의 B-1 전략폭격기 2대와 일본 나하(那覇)기지의 F-15 전투기 2대가 편대 비행했다. 미국과 일본은 6∼7일에도 동중국해에서 전자전기(電子戰機)를 활용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며칠 동안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0일 전했다. 052C형 미사일 장착 구축함과 054A형 미사일 호위함, 056 소형 호위함이 참여했으며 중국 해군은 두 개 함대로 편을 나눠 잠수침투방어, 섬을 타깃으로 한 실전사격, 해상보급 훈련을 전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중국과 인도가 도클람 고원 국경지역에서 군사적 대치를 하는 등 갈등을 빚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인도와의 관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아베 총리는 13일부터 인도 방문에 나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대북 압력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인근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와 법의 지배 원칙을 강조한 뒤 인도와의 안보 협력방침을 확인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 운행할 예정인 인도의 첫 고속철 총사업비 1조8000억 엔 중 80%를 일본이 엔차관으로 제공한다는 ‘당근’도 준비됐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인도와 분쟁 중인 파키스탄과 공동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北京)에서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파키스탄은 중국의 좋은 형제이며 절친”이라고 치켜세웠다. “파키스탄이 반(反)테러리즘 문제에서 전력을 다해 왔고 양심에 부끄러울 게 없다”며 “일부 국가들이 파키스탄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며 인도와 미국을 겨냥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키스탄을 ‘테러범 비난처’로 지목하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원조 보류를 시사하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격퇴에서 인도와 협력할 뜻을 비쳤다.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파키스탄과 남아시아 인도양에서 미국-인도 간 군사협력을 경계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영국과 공동 군사훈련을 위한 지위협정 체결 검토에 들어가는 등 국제적인 군사 공조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0일 일본과 영국 정부가 올해 안에 영국에서 열릴 외교·국방장관 협의(2+2) 등을 통해 조기 체결을 추진키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미국·일본의 대중국 공조에 가세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 메이 총리를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특별회의에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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