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대모’ 美역사학자 듀프리 여사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문화유산 수집-연구 50여년 보내… 녹취록-사진 자료 카불대에 기증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데에 50여 년을 보낸 미국 역사학자 낸시 해치 듀프리 여사(사진)가 자신의 ‘마음의 고향’ 아프간에서 별세했다. 향년 90세.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 시간) 아프간 정부 성명을 인용해 그가 카불의 한 대학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유명 저널리스트 사타르 사이디도 페이스북에 “아프간의 대모가 세상을 떠났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1962년 34세였던 듀프리는 아프간 발령을 받은 미국 외교관 남편을 따라 카불에 정착했다. 버나드 칼리지와 컬럼비아대에서 중국 역사를 공부한 그는 이국의 땅을 향한 호기심이 많았다. 이곳에서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젊은 민속학자 루이스 듀프리와 만나게 된다. 역사와 문화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다. 기혼자로서 젊은 남성과 스캔들에 엮인 그는 지탄의 대상이 됐다. 결국 외교관인 남편과 헤어지고 루이스와 재혼했다. 두 사람은 부부이자 학문적 파트너로서 아프간의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1989년 남편 루이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듀프리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96년 아프간에서 권력을 잡은 온건파 탈레반 관리들과 수차례 접촉했고, 9·11테러를 감행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과도 만났다. 또 민속 음악 녹취록과 사진 등 아프간 문화재를 방대하게 수집해 연구하고 이를 카불대에 기증했다. 아프간 역사 가이드북도 5권이나 집필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아프간의 대모#해치 듀프리#아프가니스탄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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