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국가를 갖지 못한 세계 최대 민족인 쿠르드의 분리·독립을 위한 국민 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투표를 강행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라크의 경제적 불안정, 시리아 내전, 이슬람국가(IS)의 붕괴 등 지역 정세의 변동이 맞물리는 지금이 독립의 최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IS가 잠잠해진 중동 지역에 쿠르드발 격랑이 몰아칠 분위기다.
이라크는 올해 6월 29일 IS의 최대 근거지인 모술을 3년 만에 탈환했다. 그러나 이날의 승전보는 이라크 내 민족 갈등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모술 탈환에 앞서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이 트위터를 통해 “쿠르디스탄(쿠르드 독립 시 국가 명칭) 독립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9월 25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5일 국민투표를 위한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KRG와 이라크 중앙정부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14일 쿠르디스탄 독립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한 키르쿠크주의 나즈말딘 카림 주지사의 해임안을 의회에 건의했고, 의회는 곧바로 가결했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본격적으로 KRG의 독립 투표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튿날 쿠르드자치지역 의회는 이번 독립투표의 법적 효력을 보증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맞섰다. 오메드 코슈나우 쿠드르민주당(KDP) 의원은 결의안이 통과되자 “우리는 100년 이상 독립투표를 기다려 왔다”며 환호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군사 개입’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16일 “(KRG가) 헌법과 이라크의 영토, KRG의 자치 지역의 경계를 지키지 않으려 한다면 이라크를 침범하려는 국가들에 공개 초청장을 보내는 셈”이라며 “이라크 국민이 불법적인 힘에 위협받는다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쿠르드의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터키와 이란, 시리아 등은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동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1470만 명의 쿠르드 주민을 보유한 터키는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RG가 생산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구매자인 터키는 최근 “KRG가 독립 투표를 강행한다면 제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KRG 지도부는 “우리는 독립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르드 민병대인 페슈메르가는 IS가 활개를 쳤던 지난 3년간 이라크 정부군을 대신해 북부 키르쿠크주와 니네베주를 최전선에서 사수했다.
투표가 시행되고 독립이 가결된다 해도 KRG가 곧바로 쿠르디스탄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투표 가결을 동력으로 이라크 내 자치권을 확대하고 미국의 군사 지원을 약속받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