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를 수사 중인 런던경찰청이 17일 21세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18세 남성 용의자가 파슨스그린역 폭탄 테러와 관련해 체포된 데 이어 또 다른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외로운 늑대’의 단독 소행이 아닌 조직적인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청은 16일 밤 런던 서부 하운즐로에서 두 번째 용의자인 21세 남성을 체포해 구금했다. 경찰은 이어 이 용의자의 주거지로 추정되는 히스로 공항 근처 스탠웰 지역의 한 주택을 수색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경찰은 같은 날 오전 7시 50분경 런던에서 남동쪽으로 106km 떨어진 도버 항구에서 18세 남성 용의자를 체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도버 항구는 프랑스를 비롯해 인근 국가로 떠나는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이라며 “해외로 도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은 BBC방송에 출연해 두 번째 용의자 체포는 이번 테러가 ‘외로운 늑대’에 의해 자행된 것이 아니라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두 용의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용의자들은 15일 오전 8시 20분경 런던 남부 파슨스그린 지하철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폭발물이 터지면서 출근하던 런던 시민 30명이 다쳤다.
런던 경찰 특수부대는 18세 용의자가 체포된 지 2시간 만에 그가 살았던 곳으로 추정되는 런던 남서부 교외 선버리의 한 주택가를 급습했다. 경찰은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한 주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조사한 집에는 88세, 71세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 부부는 수십 년간 2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위탁 양육해 왔으며, 불우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돌본 모범시민으로 2010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표창을 받았다고 BBC는 전했다.
18세 용의자가 시리아 난민 출신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영국 일간 더 선은 노부부가 시리아 난민 출신 소년 두 명을 양육하고 있었다는 주민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 중 한 명은 문제아로 2주 전에 다른 사건에 휘말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색 당시 경찰이 마당에서 폭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는 걸 들었다는 주민도 있다.
테리사 메이 정부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폭발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자 테러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위급(critical)’으로 올리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하철 폭발물에는 타이머가 설치돼 있었으며 기폭장치가 완전히 가동하지 않은 덕분에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드 내무장관은 “지하철에서 폭발물이 완전히 폭발하지 않은 것은 천운이었다”며 “아직 이들의 배후에 IS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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