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지진 32주년에 또 강진
놀란 시민들 거리로 쏟아져 나와… 1만여명 숨진 1985년 악몽 떠올려
지반 약하고 물기많아 지진에 취약… 추가붕괴 우려에 구조작업 서둘러
“얘들아, 이건 게임이 아니야. 대피하자.”
1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5년 대지진 32주년이었던 19일 오후. 멕시코 모렐로스주의 인스티투토 모렐로스 중학교 교사 아델리나 안수레스 씨는 강진으로 교실이 심하게 흔들리자 학생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마침 대지진 32주년을 맞아 지진 발생 2시간 전 대피 훈련을 받은 학생들은 훈련 때 했던 것처럼 일렬로 줄지어 학교를 신속히 빠져나갔다. 이곳에선 학생들이 운 좋게 피해를 면했지만 수도 멕시코시티의 한 초등학교에선 성인 4명과 아동 21명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날 멕시코 중부를 강타한 규모 7.1의 강진은 멕시코시티에서 86명, 모렐로스주에서 71명, 푸에블라주에서 43명 등 최소 21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리거나 갇혀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아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남부 지방에서 규모 8.1의 지진으로 최소 90명이 사망한 지 12일 만에 규모 7.1의 강진 피해를 입어 아비규환에 빠졌다. 멕시코시티에서만 붕괴된 건물이 44곳에 이르는 것이 확인됐고, 도로가 갈라지자 수천 명이 울면서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공포심에 떨면서도 가족들 생사를 확인하려 휴대전화를 부여잡았다.
구조대는 한밤에도 현장에서 잔해에 깔린 생존자의 목소리를 놓칠까 봐 귀 기울이며 작업을 벌였다. 곳곳에서 울부짖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구조 당국의 절박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미겔 앙헬 오소리오 총 내무장관은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며 구조 속도가 더딘 점을 안타까워했다. 밤이 깊어진 데다 추가 붕괴 위험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일본, 인도네시아, 칠레 등과 함께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아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다. 이번 지진과 7일 지진의 진앙은 약 650km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하지만 둘 다 코코스판이 북아메리카판 아래로 들어가는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은 밝혔다.
CNN에 따르면 이번 지진이 일어난 지역으로부터 약 480km 이내에서 1900년 이후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34번이나 발생했다. 멕시코시티와 인근 지역이 유난히 지진에 취약한 이유는 지반이 매우 약하고 수분이 많기 때문이다. 흙이 워낙 물에 녹기 쉬워 지진이 일어나면 ‘흔들리는 그릇 위의 젤리’처럼 된다고 CNN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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