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은 20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세계 정치의 ‘악당 풋내기(rogue newcomer)’가 외교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이란을 “악당 정권”으로 지목하고 핵합의를 “미국이 지금껏 맺은 최악의 편향적인 협정”이라고 깎아내린 것에 대한 반격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이 존엄한 기구(유엔)에서 쏟아진 무지하고 터무니없으며 혐오스러운 수사는 근거 없는 우스꽝스러운 주장으로 채워졌으며 평화와 회원국 간 존중을 추구하고자 설립된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15일까지 이란 핵합의 준수 현황을 의회에 보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 문제에 대해 “행동계획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며 “곧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NBC방송은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를 포함한 소식통 4명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이란,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맺은 핵합의를 철회하기로 결심했으며 최종 결정은 의회에 맡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등은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파기 움직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이란 핵합의 당사국 비공개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당사국이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며 재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합의 파기를 추진하면서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핵협상을 이끌었던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동의를 얻어 핵 협상에서 발을 뺀다고 해도 이렇게 되면 미국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어 북한과의 외교가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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