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54년 만에 분화 조짐을 보여 3만5000명 이상 주민과 관광객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아궁 화산이 마지막으로 분출한 건 지난 1963년 3월 17일이다. 당시 아궁 화산분화 시 분출물은 상공 1만m까지 솟았고, 인근 도시를 통째로 폐허로 만들었다.
화산 폭발 후 일주일 여 후인 1963년 3월 25일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소식을 전했다.
『(발리의) 베사키읍은 일세기 동안 잠자고 있다가 갑자기 활화산으로 맹위를 떨친 바리(발리)섬 서북부의 구눙·아궁 화산산록 분화구에서 약 오킬로 떨어져 있다.
한 때 바리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였던 인구 육천명의 이곳 조그마한 읍이 지금은 사람도 없고 식물도 자라지 않는 유령의 도시가 되었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해발 일천미터 높이에 위치하여 초록빛과 누른빛깔의 정원이며 야자수로 경치가 아름다왔던 이읍은 화산폭발의 분출물이 육인치의 두께로 덮여 지붕 하나 제대로 성한것이 없다. 나무조차 잎이 다 떨어져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다.
암석사이를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하천조차도 용암에 덮여 부근일대의 부락이 교통차단까지 당했으며, 용암이 흘러내리는 길목에 있던 오막살이 집들은 사람이 있는 채 그대로 깔려버렸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비처럼 쏟아지는 화산재에 질식당하거나 일부는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용암에 죽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밖에도 용암 분출에 포위를 당하여 굶주리는 사람이 수백명에 달하나 당국에서는 구호사업에 곤란을 받고 있다.
죽은 사람의 수효만 공식적으로 천 오백명으로 나타났는데 이 숫자가 더욱 늘어날것으로 믿어진다.』
24일에 ‘아궁 화산이 1963년 분화때와 비슷한 전조를 보이고 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발리 현지매체인 트리뷴 발리에 따르면, 이날 아침 아궁 화산의 분화구를 통해 가느다란 연기가 정상에서 200m 높이까지 솟아오르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최근 수일간 원숭이와 뱀 등 야생동물이 산에서 내려와 어디론가 달아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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