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보수사제들, 프란치스코 교황에 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이혼-재혼 신자에 영성체 허용 반발… 62명 “교회 이단으로 이끌어” 서한

가톨릭계의 일부 보수 사제와 신학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를 이단으로 이끌고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교황 자체를 이단으로 간주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개혁적 가르침 중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25일 CNN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가톨릭 성직자와 학자 등 62명은 지난달 11일 25쪽에 이르는 서한을 통해 “교황이 결혼과 도덕적 삶, 성체 성사 등 7가지 이단적 요소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들이 문제 삼은 부분은 지난해 4월 발표된 사랑과 결혼에 관한 교황의 권고인 ‘아모리스 레티티아(Amoris Laetitia·사랑의 기쁨)’다. 여기에는 이혼하거나 교회의 허락 없이 재혼한 가톨릭 신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 담겨 있다.

이처럼 성직자와 학자들이 교황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한 것은 1333년 요한 22세 이래 처음이다. 다만 이번 진정서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향력에 미치는 바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턴홀대 로버트 위스터 교수(몬시뇰)는 “사람들이 (가톨릭)교회에서 찾아보지 못했던 연민, 이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매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이해심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느끼고 있다”며 “대다수가 그(교황)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CNN은 실제 서명에 응한 이들 중 현재 가톨릭교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는 없다고 전했다. 돈세탁과 부정거래 의혹으로 해임된 에토레 고티 테데스키 전 바티칸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프란치스코#교황#가톨릭#보수사제#이혼#영성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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