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2일 총선을 앞두고 일본 정계에 ‘고이케 대망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도지사가 조만간 지사직을 사퇴하고 중의원 선거에 입후보해 총리직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8일 예고대로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아베-고이케 정면 승부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 창당 3일 만에 제1야당 무혈 접수
고이케 지사가 25일 창당한 ‘희망의 당’은 단 사흘 만에 제1야당인 민진당을 무혈 접수했다.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는 28일 당내 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에서 별도 공천을 하지 않겠다. 출마를 원하는 이들은 희망의 당에서 공천을 받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속 의원들이 자꾸 고이케 진영으로 빠져나가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백기 투항한 것이다. 마에하라 대표도 무소속 출마나 희망의 당 공천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민진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아베 정권을 멈춰야 한다”고도 했다.
마에하라 대표와 고이케 지사 사이를 중개한 것으로 알려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대표도 희망의 당에 합류할 계획이다. 한때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불렸던 오자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 어떻게 할지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오사카(大阪)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일본유신회도 희망의 당과 선거 협력을 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조율 중이다.
희망의 당을 중심으로 야권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고이케 지사의 총리직 도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공시(다음 달 10일) 전 고이케 지사가 (도지사에서 사퇴하고) 중의원 선거 출마를 표명할 것이란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헌법상 총리가 되려면 먼저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한다.
고이케 지사는 28일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회견에서 “도정(都政)을 열심히 하겠다”며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희망의 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총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나가고 싶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전날 방송에 출연해선 “이번 선거는 정권을 선택하는 선거다. (우리의) 목표는 정권을 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신문은 “대표가 총리가 되지 못하는 정당에 정권을 맡길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고이케 지사가 선거 출마를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고이케 지사는 선거운동에 다걸기(올인)하기 위해 최근 예정됐던 도지사 업무를 대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만간 출마 여부 결단
고이케 지사는 지지율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야권연대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출마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케 지사가 1993년 자유당의 장기 집권을 끝낸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고이케 지사 등이 참여한 일본신당은 정치개혁을 내걸었고 ‘비(非)자민 비(非)공산’의 7개 정당 연합을 성사시켜 38년간의 자민당 지배를 끝장냈다.
희망의 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을 맹추격하고 있다. 18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28%), 희망의 당(13%), 민진당(5%) 순이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소비세 인상 반대 등 아베 총리와 정반대 노선을 택한 고이케 진영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28일 임시 각의를 열고 중의원 해산안을 의결했다. 이어 정오에 소집된 본회의에서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중의원 의장이 해산을 정식 선포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 자민당 의원총회에서 “선거를 위해 모여 간판을 바꾼 정당에 일본의 안전과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그곳에선 혼란이 생길 뿐 결코 희망이 생길 수 없다”며 고이케 신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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