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벨문학상에 뜨거운 ‘환호’…노벨평화상엔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7일 15시 55분


사진=가즈오 이시구로 트위터
사진=가즈오 이시구로 트위터
5일 일본계 영국인인 가즈오 이시구로(63)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일본 열도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각 신문은 호외를 발행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즉각 “일본에도 많은 팬이 있다. 함께 축하하고 싶다”는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시구로 작가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태어나 5살 되던 해 아버지가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이직하면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일본계이긴 하지만 현대 영미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돼 있다.

NHK는 수상 직후 뉴스 프로그램에서 작가의 출생지인 나가사키 거리의 시민들 반응을 전하고 대형서점마다 이시구로 코너가 단장되는 장면을 보도했다. 당초 서점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유력시됐던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코너를 마련지만 급거 이시구로 코너로 바꾸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5일 오후(현지 시간) 영국 런던 자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시구로 작가가 “내 세계관에는 일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일부는 언제나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시구로 작가가 초기 작품의 무대를 일본으로 선택해 작가 인생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은 작가와 일본의 인연찾기에 분주하다. NHK는 그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인터뷰 장면을 편집해 방송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본에 와서 거리를 걷고 식사를 하니 어릴 적 일본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다른 나라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 중 ‘창백한 언덕 풍경(1982)’과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년)’이 일본을 무대로 하고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가 일본어는 못하지만 일본 영화를 좋아해 일본의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시구로 작가가 다니던 나가사키시 한 유치원의 교사(91)는 도쿄신문에 “(어린 이시구로 작가가) 동화책을 잘 읽었던 것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TV아사히는 이시구로 작가의 숙모를 만나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똑똑한 아이였다”는 회고를 전했다. 작가의 숙모는 작가의 작품을 읽어봤느냐는 질문에 “친척이 쓴 거니 찾아서 읽어봤지만 어렵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같은 축제 분위기와 달리 이튿날인 6일 반핵단체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자 일본 정부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이면서도 7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유엔 핵무기금지협약에 참가하지 않은 점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국내 피폭 단체와 국제사회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소식에 ‘일본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등 일본내 시민단체는 곧바로 열렬하게 환영했지만 일본 정부는 노벨평화상 발표 하루가 지난 7일까지도 별도의 논평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명목으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핵무기 폐기는 핵우산 포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에겐 ‘딜레마’인 셈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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