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20>다이어트 삼매경에 빠진 한국 여성들, 미국 기준에서 보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16시 02분


알 로커 비만일 때(왼쪽)와 위절제술 뒤
알 로커 비만일 때(왼쪽)와 위절제술 뒤
“People who are overweight don‘t want unsolicited advice. Guess what. We know we’re fat. We live in homes with mirrors.” (비만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청하지도 않았는데 충고해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봐요. 우리도 집에 거울이 있다니까)

미국 NBC방송 아침 뉴스쇼 ‘투데이’의 기상캐스터인 알 로커라는 사람이 한 말인데요. 살찐 사람에게 충고한다고 이런 저런 아픈 얘기를 해주는 건 오히려 당사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거죠. 그는 미국에서 유명인사입니다. 원래 고도비만이었는데 2002년 위절제술을 해 많이 날씬해졌죠. 과거 비만일 때 다른 사람들이 쉽게 던지는 말 때문에 상처 받은 경험이 많다고 2012년 발간한 자서전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Never Goin‘ Back)에서 적고 있습니다.

미국을 다녀온 한국 사람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것 하나. 정말 비만 인구가 많다는 거죠. 그들을 보고 ‘내가 살찐 건 살찐 것도 아니다’라고 위로 받는 한국 사람들도 많다 네요.

워싱턴 특파원 생활을 하는 동안 밤낮이 바뀌어 일하다 보니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한밤중에 TV를 보면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는 온갖 제품들의 인포머셜(정보성 광고)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살 빼준다는 운동 기구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성분이 모호하고 오히려 먹으면 탈 날 것 같은 ’다이어트 필(Diet Pill·다이어트 알약)‘ 광고도 많습니다. 위험하든 그렇지 않든 살을 빼려는 미국인들의 열망은 대단해 미국의 다이어트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미국 비만 여성들
미국 비만 여성들

미국은 옷이 큽니다. 미국 사람은 덩치가 큰 데다 체중까지 많이 나가 옷을 크게 만들 수밖에 없죠. 그래서 한국 사이즈보다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어야 맞습니다. 미국 백화점들은 ’Petite(자그마한)‘라고 아담한 사람들을 위한 섹션을 따로 마련해 둡니다. ’S(스몰)‘보다 작은 사이즈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느 날 미국 백화점 Petite 섹션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자그마한 체구가 아닌데도 말이죠.

미국의 다이어트 열기에 대항해 나타난 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는 운동입니다. 미(美)의 기준은 다양한데 왜 날씬한 체형만이 환영받느냐는 거죠. 먹고 싶은거 먹으면서 살쪄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주의입니다. 그래서 ’한 몸집‘하는 애슐리 그레이엄이라는 여성 모델이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놀란 것 중 하나는 많은 여성이 다이어트 삼매경에 빠져 있다는 것인데요. 미국 기준에서 보면 날씬한데도 말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TV에 등장하는 늘씬한 여자 아이돌로부터 자극을 받은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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