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총리 8명 배출한 정치명문 야마구치현 출신…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가 개헌운동 주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야마구치(山口)에 뿌리를 둔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조부는 중의원 의원을 지낸 아베 간(安倍寬)이고 외조부는 1957∼1960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외종조부는 1964∼1972년 총리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다. 또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1894년 경복궁 기습 점령의 주역 오시마 요시마사(大島義昌·1850∼1926)가 고조부이고 아버지는 ‘정계의 황태자’라 불린 외무대신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다.
아베 총리는 태생부터 정치이념까지 메이지(明治) 유신의 발상지 조슈(長州·현재의 야마구치)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조슈 출신들은 메이지 유신은 물론이고 침략전쟁으로 치달은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왔다. 야마구치가 배출한 총리만 해도 초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서 아베까지, 8명에 이른다(표 참조).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 막부 타도 활동으로 29세에 처형당한 그는 1857년 야마구치현 하기(萩)에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열고 불과 1년여 만에 90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 등 일부 제자들은 20대에 생을 마감했지만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등은 살아남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아베 총리와 부친의 이름에 공통되게 들어간 ‘신(晋)’은 다카스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征韓論)의 주창자로 근대 일본우익 사상의 창시자라 할 수 있다. 그가 감옥에서 쓴 유수록(幽囚錄)은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 등을 주창해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에 큰 영향을 끼쳤다. 홋카이도 개척과 오키나와 영토화, 조선의 식민지화, 만주 대만 필리핀의 영유 등 일본이 밖으로 뻗어나갈 것을 주장했다. 메이지 유신의 귀결이 제국주의와 침략전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 총리 뒤에는 일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아베 총리는 5월 3일 자신의 ‘2020년 새 헌법 시행’ 구상을 밝힐 때도 일본회의 관련 행사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개헌을 위해서는 여러분의 활동이 불가결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3만8000여 명의 회원과 전국 지부를 거느린 일본회의는 물밑에서 개헌론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태는 좌익에 반발해 학원 정상화 운동을 펼치던 우파 종교단체 소속 학생들로 1997년에 결성됐다. 수십 년간 ‘풀뿌리 운동’을 지속한 끝에 지금은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 소속된 국회의원만 280명이나 되는 단체로 성장했다. 각료 상당수가 일본회의 소속인 아베 내각에 대해 ‘일본회의 내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본회의는 개헌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개헌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회의의 최종 목표가 일왕을 중심으로 국가신도주의를 표방한 ‘메이지 헌법’의 복원이라고 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