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함께 내놓은 ‘인도 태평양 전략’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인도 태평양 전략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자는 것으로 아시아에서 미일동맹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6일 ‘트럼프의 아시아행이 오바마의 전철을 다시 밟으면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인도 태평양 전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의 인도 태평양 전략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따르고 있지만 아태 재균형 전략은 중국의 굴기를 막지도 못했고 미국에 도움이 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경제, 무역과 북핵 문제가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지는 중국의 협조 여부에 달려 있다”며 “중국 견제가 과하면 견제자(미국)가 중국보다 더 괴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9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 태평양 전략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미중 간 무역균형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으려면 중국을 포위해 억제하려는 접근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직접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수십 년간 (대중무역이) 매우 불공정했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을 강하게 압박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식재산권을 포함하지 않고도 (중국과) 무역적자가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한 뒤 “줄어들어야 한다”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 이어 “나는 자유, 공평, 호혜적 무역 중 ‘호혜적’이라는 표현을 가장 좋아한다”며 “미국이 매우 강력한 행동을 취하는 것을 곧 보게 될 것이다. 곧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해당 조치들이) 시작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국은 미일의 포위전략에 맞서 동남아국가들과의 전방위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시 주석의 베트남 개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4일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차례로 만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를 약속받았다. 베트남 측은 “누구도 베트남-중국 간 양자관계 발전을 약화시킬 수 없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 총리로서 10년 만에 처음 필리핀을 방문하는 데 대해 “중국과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의의”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미일의 중국 견제 전선을 깨뜨리기 위해 중국이 공략하는 대상이다. 최근 한중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개선을 발표한 데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견제 성격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반기고 있다. 청와대는 미일 동맹을 주축으로 한 인도 태평양 전략이 중국과의 동아시아 주도권 경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리 미국이라도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공조를 넘어서는 전략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우리의 외교 기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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