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미니 지방선거 완패… 트럼프, 씁쓸한 대선승리 1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美 CNN 선거 출구조사 발표
트럼프 공들였던 버지니아주지사, 역전승 기대 허무하게 무너져
뉴욕시장선거도 더블스코어로 패배
국정운영 지지율 40%에 못미쳐… CNN “선거 최대 패자는 트럼프”

한국 방문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씁쓸한 ‘비보’를 안고 중국으로 떠났다. 7일 미국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 시장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공화당 후보들이 전패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시간으로 오전 11시에 국회 연설을 하기 직전이었다. 미국 CNN방송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현직 부지사인 민주당 랠프 노샘 후보가 공화당의 에드 길레스피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버지니아 선거 패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뉴저지와 뉴욕은 원래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공화당의 패배가 예정됐지만, 버지니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길레스피 후보가 노샘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버지니아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15개 주 중 유일하게 패배한 곳이다. 자존심을 만회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곳 선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민주당도 지난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긴급 투입해 맞불을 놓으면서 버지니아 선거는 전국 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방한 일정 중에도 지지자들에게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를 맹비난하며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내용의 트윗을 여러 차례 올릴 정도로 이곳 선거에 신경을 써 왔다. 하지만 결과는 54% 대 45%로 큰 차이의 패배였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권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크리스 크리스티가 8년간 버티고 있던 뉴저지 주지사 자리도 민주당에 내줬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임기가 끝나 치러진 이곳 선거에선 민주당의 필 머피 후보가 현직 부지사인 공화당의 킴 과다뇨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이겼다. 뉴욕 시장 선거에선 민주당 소속 빌 더블라지오 현 시장이 공화당 후보를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눌렀다.

대선 승리 1주년(8일)을 하루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없이 쓸쓸한 결과다. 그러나 그는 책임을 인정하진 않았다. 버지니아 출구조사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 연설 직전 “길레스피는 열심히 했지만 내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기록적 경제지표와 더불어 우리는 앞으로 계속 이길 것이며, 전례 없는 승리를 거둘 것”이란 트윗을 올렸다. 이번 ‘미니 지방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민심을 가늠하는 첫 공식 평가이자 내년 11월 열리는 연방의회 중간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CNN은 “이번 선거의 최대 패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며 그의 낮은 지지율은 치명적”이라고 전제한 뒤 “유권자들이 그를 싫어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고 민주당은 반트럼프 정서를 투표소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취임 1주년을 맞아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7∼38%에 그쳤다. CNN이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36%로 나타난 반면 58%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7%에 그쳤고 반대는 59%에 이르러 순수 지지율은 ―22%를 나타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1945∼1953년 재임) 이래 순수 지지율이 마이너스가 된 첫 대통령”이라며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0년간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트럼프#공화당#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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