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제한-취업 좁은문 우려… 美대학 외국인 신입생 3% 줄어
생활비 상대적으로 싸고 안전한 캐나다-호주 등으로 발길 돌려
4년 차 직장인 김모 씨(33)는 지난해 말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진학을 준비하려다 생각을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해외 MBA 준비생 사이에서는 ‘미국 MBA가 아시아계 남자 유학생 선발을 보다 엄격히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권하에서 아시아계 남성의 현지 취업이 쉽지 않을 텐데, 대학 측이 졸업생의 취업률 등이 반영되는 MBA 순위 평가 때문에 아시아계 학생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 씨는 미국만이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유럽 MBA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1년, 미국 유학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외국인 전문취업(H-1B) 비자의 갱신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등 반이민 정책에 따라 미국 유학을 망설이는 외국 학생이 늘고 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가 미국 내 500여 대학을 조사해 13일 공개한 ‘2017 오픈도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첫 학기인 올해 가을학기 외국인 신입생은 지난해(30만743명)보다 3%가량 줄어든 29만836명으로 나타났다. IIE가 외국인 신입생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 12년 만에 첫 감소세다. 연구소는 이런 결과가 반이민 정책 흐름으로 개인 안전에 대한 우려 증가, 캐나다 호주 등 다른 국가 교육기관의 경쟁력 강화 등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미국 유학생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대신 캐나다와 호주 유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대학에 진학하려던 김모 씨(21·여)도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다 결국 올해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에 입학했다. 김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할 즈음 정권이 바뀌어 취업 상황이 나아질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비자 문제도 걸려 유학 후 취업이나 이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캐나다를 선택했다. 유학알선업체 edm유학센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캐나다 유학 문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며 “호주에 대한 문의도 최근 2, 3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인도에서도 미국 선호도가 줄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학부모 사이에서 미국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의 한 유학업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저렴하고, 미국보다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에 캐나다가 새로운 유학 선호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 고다드 미 센트럴미주리대 입학부처장은 “올해 인도 출신 유학생 입학이 크게 줄었다”며 “학교에 인도 내 이슬람권 지역 출신 유학생이 많은데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슬림 정책으로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인도 일간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주인도 캐나다대사관을 인용해 올해 캐나다 학생비자 발급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유학 선호도가 높은 만큼 미국 내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계속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하는 안모 씨(25·여)는 “아직 학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미국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주변에서도 트럼프 정권의 정책에 개의치 않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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