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쿠데타 계획을 미리 알고도 사실상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내정 불간섭’을 명분으로 독재 정권이나 군부 정권을 지지해온 중국의 외교정책이 부메랑을 맞는 사례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일간 짐바브웨메일은 20일자 기사에서 군부 쿠데타 발생 나흘 전인 10일 콘스탄티노 치웽가 육군 참모총장(61)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을 만난 것을 중국 배후설의 근거로 들었다. 이에 중국 측은 “치웽가 총장의 방중은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간 것”이라며 “짐바브웨 사태는 내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중국대사관도 20일 “서방 언론 등에서 중국 배후설을 제기하는 것은 중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중-아프리카 관계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라며 “사악한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짐바브웨메일은 “사전에 중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지령을 받은 치밀한 쿠데타였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중국은 짐바브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인 1979년부터 무가베 대통령의 게릴라전을 지원하고 독재를 묵인해왔다”며 “그러나 경제적 무능으로 짐바브웨에 투자한 중국 기업들이 손실을 보기 시작한 데다 후계 문제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자 무가베를 버리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짐바브웨의 최대 교역국이다.
다만 중국이 유혈사태 없이 친중파인 음낭가과 전 부통령이 권력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쿠데타를 승인해 짐바브웨 군부도 자신들의 행위를 쿠데타로 부르지 않고 최대한 무가베에게도 예의를 갖추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무가베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면서 짐바브웨 의회는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짐바브웨 의회 상·하원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탄핵안이 통과되면 음낭가과 전 부통령이 내년 8월 총선 전까지 과도정부를 이끌고 자연스럽게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중국이 군부 독재 정권을 지지하다 역풍을 맞은 것은 짐바브웨가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서방이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제재를 하는 것에 아랑곳 않고 미얀마 군부 정권을 지지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고 군부 독재가 종식되자 ‘탈중국’ 분위기가 높아졌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최근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으로 곤경에 처한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을 만나 지지를 약속하는 등 끌어안기에 나선 것도 민주화 이후 미국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를 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反美) 정권이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사망한 이후 국가파산에 이르자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했다. 미국의 뒷마당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묻지마 독재 지원 외교’를 펼친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동남아에서는 32년 장기 집권 중인 캄보디아의 훈 센 총리와 태국의 군부 정권이 중국과 가깝다. 서방 국가와 달리 중국은 독재를 문제 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나라들에서도 민주화가 진전되면 미얀마에서처럼 중국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세습 독재 정권에 침묵하고 자국 내 탈북자들을 북송하는 데에도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운다. 하지만 북한을 미국과의 세력 다툼에서 완충지대로 활용하려는 지정학적 이익 때문에 중국이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 폭주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결국 동북아에 불안정을 가져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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