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단계적으로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철수한다는 이른바 ‘사드 처리의 단계적 처리에 한중이 합의했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한국에 사드 철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이 이를 한중 간 합의 내용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지만 “사드 문제가 다시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던 한국 정부는 제대로 된 반박조차 내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22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화 회담 모두 발언에서 “얼마 전(지난달 31일) 중한 양측은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대해 몇 가지 합의를 달성했다”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고 한국에 임시 배치되는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 한국의 입장 표명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는 ‘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한다’(言必信行必果)”말이 있다“고까지 하면서 ”한국 측은 계속에서 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주기를 바란다“며 한국에 사드 철수를 압박했다.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달 방중 협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의 논리대로면 한국은 한중관계 개선을 대가로 사드 철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한중이 합의했다“는 주장을 처음 꺼낸 뒤 왕 부장이 이를 재차 거론하면서 지난달 31일 한중 발표문에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던 강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단계적 처리 합의’에 발언에 대해 어떤 반박도 없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에게 ‘단계적 처리’의 의미에 대해 ”단계를 밟아 최종적으로 한반도에서 사드를 제거(철수)하라는 것“이라며 ”첫 단계는 지난달 31일 한중 합의“라고 밝혔다.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앞서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한중이 합의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관영 중국중앙(CC)TV는 회담 시작 전후 회담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를 생방송으로 연결해 왕 부장이 강 장관에게 사드 문제를 잘 처리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한중 발표문에서 ”한국 측이 사드가 제3국(중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중국의 전략안보 이익을 해치지지 않는다고 확실히 밝혔다“며 사드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강 장관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인 양제츠(楊潔¤) 외교 담당 국무위원 및 쑹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 면담도 요청했으나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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