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유럽 극우-극좌 기세… 협치 상징 ‘聯政’ 설 자리 좁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양당체제 붕괴… 정치혼란의 시대


동정민 특파원
동정민 특파원
독일과 네덜란드는 최근 5%대의 낮은 실업률로 유럽에서 경제성장률 1, 2위를 달렸다. 그 비결 중 하나는 안정적인 정치였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2012년 총선에서 나란히 중도우파 정당이 제1당을 차지한 뒤 중도좌파 제1야당과 함께 대연정을 이뤄냈다. 독일은 예산·국방은 기민당이, 외교는 사민당이 장관을 맡는 등 6 대 6 동수의 내각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고, 네덜란드는 노동당이 긴축 정책에 동참하면서 경제 정책에 힘을 받았다.

연정은 다수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도 다른 정당과 공동 정부를 구성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협치’의 묘를 잘 살려 국민 통합에도 기여하는 정치 체제로 유럽에서 각광받았다.

하지만 최근 연정 제도는 정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가마다 선거 후 연정이 구성되지 않아 한동안 권력 공백이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독일은 9월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기사 연합이 연정 구성에 실패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소수 정부를 구성하거나 총선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3월 총선을 치른 네덜란드는 연정을 구성하는 데 근대 정치 체제가 마련된 이후 최장인 7개월이나 걸렸다. 스페인은 2015년 12월 총선 이후 1당인 국민당이 연정 구성에 실패한 뒤 6개월 후 재선거를 치렀는데도 안 되자 지난해 10월 야당의 용인하에 소수 정권이 출범했다. 10개월 동안 사실상 무정부상태였다.

연정 구성이 어려워진 이유로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양당 체제가 붕괴된 점이 꼽힌다. 예전에는 제1당이 과반 의석에 육박해 소수정당과의 연정 구성이 어렵지 않았고, 제1야당과 연정을 구성할 경우 80%가 넘는 의석수를 차지하게 돼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1당의 득표율이 20∼30% 초반에 그치면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려면 여러 정당과 연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치와 지지층이 다른 여러 정당을 하나로 묶는 일이 쉽지 않아 연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2012년 노동당과 대연정을 이룬 네덜란드 자유민주당은 이번에 자유주의 우파 D66, 중도우파 CDA, 강경우파 CU 등 4개 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연정 구성 과정에서 동성 결혼과 안락사에 찬성하는 D66와 반대하는 CU 간에 견해차가 컸다. 독일이 연정 구성에 실패한 것도 원전이나 난민 이슈에서 중도 우파 자유민주당과 중도 좌파 녹색당의 의견 차가 컸기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등장하지 않았거나 존재감이 미미했던 극우나 극좌 포퓰리즘 정당의 대약진도 연정 구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극우 정당들은 올해 총선에서 2, 3위를 차지했고, 스페인은 극좌 정당인 포데모스가 최근 총선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극단주의 성향인 이들 정당을 연정 상대에서 제외하고 나면 짝을 지을 상대가 더 없어진다.

연정에 참여한 제1야당이 직후 선거에서 몰락하는 ‘연정의 저주’가 반복되면서 야당이 연정 참여를 꺼리고 있는 점도 있다. 2012년 38석이었던 네덜란드 노동당은 올해 선거에서 9석으로 몰락했다. 독일 사민당도 이번 총선에서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두 정당은 총선 이후 연정 불참을 선언했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태고자 연정에 참여했는데 그 공은 모두 여당에 가고,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마저 사라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협치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국정 운영에 적합한 연정이 휘청거리면서 최근에는 탄탄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스트롱맨 리더십’이 여러 나라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 리더십은 강한 추진력과 빠른 결정으로 정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는 2002년 총선 날짜를 대선 직후로 통일시키면서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그 기세로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양당체제#유럽#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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