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중심 돼 요구하는) 2022년 월드컵 개최 포기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월드컵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중동 첫 월드컵인 만큼 모든 아랍 국가들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인데 왜 방해하려고 하는 지 이해가 안 된다.”
아흐마드 하산 알 하마디 카타르 외교부 사무총장(61·한국의 차관급)은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주한 카타르 대사관저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e메일 인터뷰 포함)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등 아랍권 주요국들이 카타르에 △이란과의 외교관계 축소 △무슬림형제단과의 단절 △알자지라 방송 폐쇄 등을 요구하며 주도한 ‘카타르 단교 사태’는 다음달 5일(6월 5일 발생)로 시작 6개월이 된다. 알 하마디 사무총장은 “불행히도 현재는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떤 협상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쿠웨이트가 적극적으로 주도했던 중재도 지금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카타르 단교 사태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사태 초기에는 곧 해결책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단교 선언 국가와 카타르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현재는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아랍 산유국 6개국이 회원국이며 △단교 선언국(사우디, UAE, 바레인) △단교 대상국(카타르) △중립국(쿠웨이트, 오만)으로 나뉜 걸프협력회의(GCC)는 다음달 예정이었던 정상회의까지 연기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는 정상회의가 열리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알 하마디 사무총장은 “카타르의 정책 중 국제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건 없다”며 “국제사회도 단교를 주도한 나라들이 단교를 결정했다고 주장하는 이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지만, (월드컵 개최 포기와 알자지라 방송 폐쇄 같은) 주권 침해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랍 국가들과 갈등 관계고 사우디와 지역 헤게모니를 놓고 경쟁 중인 이란에 대해선 ‘지리적으로 가깝고, 아라비아만의 가스전(카타르령 노스돔·이란령 사우스파)이 맞닿아 있어 잘 지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설명했다.
하지만 단교 사태 직후 일부 식량과 생필품 부족 현상을 경험할 때 이란의 도움을 받으며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알 하마디 사무총장은 “단교 국가들이 영토와 영공을 모두 봉쇄했기 (이란과 교류가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이란과의 건강한 관계는 지역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중심이 돼 왕실과 정·관계 고위인사 수십 명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사우디에 대해서는 “국정운영과 외교의 기본인 안정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알 하마디 사무총장은 방한 기간 중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등을 만나 현 사태를 설명하고,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두 나라는 향후 외교관 교육과 교류와 관련된 협력 수준을 높이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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