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로봇 전시회 ‘2017 국제로봇전’에 등장한 로봇들. 도요타의 파트너 로봇
‘T-HR3’는 유연 관절을 장착해 인간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따라 할 수 있다(오른쪽 위 사진). 편의점에서 상품을 진열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골라내는 로봇(왼쪽 사진)과 인공지능(AI)으로 숙성도를 판단해 붉게 익은 방울토마토만 골라 수확하는
로봇도 선보였다(오른쪽 아래 사진).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東京) 국제전시장 빅사이트.
방울토마토 10여 알이 달린 가지가 등장하자 인공지능(AI) 로봇이 카메라로 알들의 색과 형태, 위치를 파악했다. 이어 로봇 팔이 접근하더니 세심하면서도 빠르게 붉게 익은 토마토만 수확하기 시작했다. 약 30초 만에 5개를 모두 따자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연을 담당한 파나소닉의 가네다 마사아키(金田正明) 주임기사는 “숙성도를 파악한 후 잘 익은 토마토만 골라 시간당 360알을 딸 수 있다. 현재 정확도(익은 토마토 중 수확 비율)가 70∼80%에 이른다”며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 로봇 전시회 ‘2017 국제로봇전’이었다. 2년마다 열리는 행사인데 이번엔 14개국에서 612개 회사 및 단체가 참여했다. 2년 전보다 40%나 늘었다. 4일 동안 13만 명이 전시장을 찾았는데, 일본의 국가적 과제인 인구 감소를 로봇으로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로봇은 도요타자동차가 개발한, 두 발로 움직이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T-HR3’였다. T-HR3는 사람이 고글과 컨트롤러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확히 따라 했다. 가라테 발차기, 일본 전통극 가부키(歌舞伎) 동작 등을 매끄럽게 선보이기도 했다. 유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토크서보 모듈을 29개 관절에 사용했다.
개발을 총괄한 모리다이라 도모히사(森平智久) 파트너로봇부 그룹장은 “동작을 부드럽게 제어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도중 사람과 부딪쳐도 사람이 안전하다”며 “가사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재해 현장 등에서도 맹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회에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농업과 서비스업 분야에 활용 가능한 로봇이 다수 선보였다. 야마가타(山形)대는 체리 수확 로봇을, 우쓰노미야(宇都宮)대는 딸기 수확 로봇을 출품했다. 시드솔루션스는 도쿄대 연구진과 손잡고 편의점에서 상품을 진열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자동으로 골라내는 서비스 로봇을 시연해 호평을 받았다. ‘노인대국’답게 뇌파를 이용해 움직이는 휠체어, 자동으로 옷을 입혀주는 로봇 등 요양시설에서 이용 가능한 로봇도 여럿 보였다.
일본 최초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한 가와사키중공업은 이날 산업 현장에서 숙련된 장인의 솜씨를 재현하는 ‘후계자’ 로봇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숙련 기술자가 원격장치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면 로봇이 이를 따라 하면서 위치 가속도 등 미묘한 움직임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그대로 따라 했다. ‘젊은이들이 생산 현장을 떠나며 기술 전승이 중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화낙, 오므론, 야스카와전기 등 제조업 로봇 메이커들은 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공장(무인공장)을 내놓았다. 오므론은 부품 공급부터 조립, 검사, 출하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로봇이 맡는 공정을 재현했다. 오므론 관계자는 “로봇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할 공장 담당자만 있으면 현장 인력 없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맥주 따르는 로봇, 뱀처럼 생긴 하수구 검사 로봇, 일본의 전통 인형극 분라쿠(文樂)를 재현한 로봇 등이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회사원 가라시마 메구미 씨(54)는 “정말 멋지다. 마치 로봇 애니메이션 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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