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의 피살 사건 이후 예멘 내전이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살레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 중 하나를 초래한 예멘 전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예멘 전문가인 에이프릴 롱리 앨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살레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전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며 “예멘 내전에 복수라는 요소가 더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존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대결 구도에 살레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의 복수전이 추가돼 예멘 내전의 방정식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살레 전 대통령의 죽음은 지난 3년간의 교착상태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왔다”며 “내전이 더 어려운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후티 반군 세력의 장악력이 강해지면 현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깊게 개입할 수밖에 없다. 살레 지지 세력의 핵심인 타레크 무함마드 살레는 예멘 특수부대 사령관 출신으로 삼촌의 복수를 위해 사우디 주도 동맹군의 공습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지드 알마드하지 사나전략연구소장은 “결과적으로 후티 반군은 전쟁을 시작한 이래 어느 때보다 약해지고 고립될 것”이라며 “고통 받는 주민들에 대한 지배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이 직접적으로 예멘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란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막후에서 미사일 등 무기 지원으로 개입을 강화할 수 있다.
살레 전 대통령은 3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벌어진 후티 반군과의 교전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33년간 장기집권하고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이듬해 물러난 그는 노련한 정치력으로 불안정한 정세 속에 후티 반군과 손잡고 호시탐탐 권력 탈환을 노려왔다. 하지만 최근 후티 반군이 수세에 몰리자 사우디로 돌아설 의사를 밝히면서 ‘반역자’로 낙인찍혔다.
살레 전 대통령은 2일 사우디 주도의 동맹군이 예멘 봉쇄를 풀고 공격을 중단한다면 휴전 중재에 나서겠다고 제안했지만 후티 반군은 이를 거부했다. 살레 전 대통령은 후티 반군과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지 하루 만에 퇴각 도중 폭격을 맞아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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