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독자적 정책 필요성 강조… “더는 美결정 기다릴수만은 없어”
對러시아-이란 정책에 불만 표명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5일 미국 없는 유럽 독자 외교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이날 쾨르버재단 베를린 외교정책포럼 연설에서 “미국이 서방의 확실한 후원자 역할을 그만하려는 결정들은 세계 질서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독일과 유럽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는 스스로 자리를 찾아야 하고, 우리 동맹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미 의회가 올해 여름 결정한 대러시아 제재가 러시아 에너지 파이프라인에 영향을 미쳐 결국 독일 에너지 수급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친 점과 미 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독일은 더는 미국이 결정하는 걸 기다리고 단순하게 그에 반응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올 5월 “유럽은 미국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 유럽은 우리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 대표를 지낸 가브리엘 장관마저 미국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독일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미국과의 선긋기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가브리엘 장관은 미국과 독일 사이의 관계 변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에 따른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건 단지 한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며 다음 미 대선에서도 그 흐름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쾨르버재단이 5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 러시아, 터키보다 더 큰 도전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독일의 외교 상황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6%가 난민 유입이라고 답했다. 한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5일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다른 여러 좋은 관계처럼 우리는 서로 많은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 유럽은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로맨스가 제대로 꽃피고 있지 않음을 지적한 발언으로 마지못해 ‘부부 요법’에 참가한 남자의 발언처럼 들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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