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정부 주도로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이른바 ‘관제춘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최대 정책 목표를 위해 “내년에 임금을 3% 올리라”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아베노믹스에서 소외된 중소기업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은 사정이 어렵다”며 회원사에 임금 3% 인상 요구를 독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보육시설 대기 아동수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3000억 엔(약 2조9100억 원)을 부담하라는 아베 총리의 요청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이 60%를 부담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일본 정부는 직원 임금 총액의 일정 비율을 기업에서 징수해 보육시설 확충 등에 쓸 방침이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도 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경제계에 부담을 요청할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미무라 회장의 발언은 아베노믹스의 수혜가 수출 대기업에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모임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회장이 임금 3% 인상과 대기 아동을 해소하기 위한 부담에 적극 찬성한 것과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베 총리가 요구한 3%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일본 최대 노동자단체인 렌고(連合)는 내년도 임금협상에서 정부 목표보다 낮은 2% 안팎의 인상을 경영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이 200만 명에 이르는 전일본금속산업노동조합협의회(금속노협)의 다카쿠라 아키라(高倉明) 회장도 6일 기자회견에서 “노동 조건은 노사가 주체적으로 정한다. (관제춘투는) 이제 적당히 좀 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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