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선… 존스 민주당 후보 1.5%P차 승리
“도덕의 포물선 앨라배마 심장 지나가”
‘성추문’ 무어 지원했던 트럼프 타격… 대선때 트럼프 지지 지역들 등돌려
상원 의석, 공화 51 대 민주 49로
미국 보수 진영의 철옹성과 같은 앨라배마주에 여성의 낙태권리와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진보 성향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로이 무어가) 꼭 필요하다”며 미성년자 성추문에 휩싸인 공화당 후보를 비판을 무릅쓰고 노골적으로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의 중간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게 됐다.
12일 열린 앨라배마주 연방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연방검사 출신 민주당 후보 더그 존스(63)는 67만 표(49.9%)를 얻어 각종 성 관련 스캔들로 당내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은 공화당 후보 무어 전 앨라배마주 대법원장(70·65만 표·48.4%)을 약 2만 표 차로 눌렀다.
“정의를 향해 휘는 도덕의 포물선이 오늘 밤 위대한 앨라배마의 심장 가운데를 지나갔습니다.”
존스는 승리가 확정된 뒤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생전에 즐겨 했다는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승리를 ‘정의의 승리’로 규정했다. 총 9건의 성추문 의혹과 노예제도 옹호 발언 등에도 책임지지 않는 태도를 보인 무어가 끝내 심판당했다는 것이다. 무어는 선거 기간 내내 낙태, 동성결혼, 트랜스젠더 권리 반대 등 전통적인 보수적 구호를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을 노렸으나 성추문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결국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존스는 보수 성향이 짙은 ‘딥사우스(Deep South·남부 핵심 지역)’에 속하는 5개 주(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지역구로 둔 현역 상원의원 10명 중 유일한 민주당 소속 의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경고등이 켜졌다. ‘트럼프 개인의 매력으로 선거를 이기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앨라배마주 내에서 비교적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변심’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앨라배마에서 가장 큰 도시인 버밍햄이 있는 제퍼슨 카운티의 공화당 지지율이 지난해 대선 44.3%에서 이번 보궐선거에 30%로 준 것이 대표적이다. 미항공우주국(NASA) 센터가 있어 교육과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은 매디슨 카운티에서도 공화당 지지율은 지난해 대선 55%에서 이번 보궐선거에 40%로 폭락했다.
‘상식 있는 보수’를 자처하는 대도시 공화당원들이 성폭력 폭로 운동 ‘미투 캠페인’의 분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성추문 옹호라는 ‘비상식’을 고집하는 트럼프 주도하의 공화당에 경고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다. 민주·공화 후보 두 명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제3의 후보를 기입해 넣은 2만 명의 표심도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번 선거 결과로 상원 의석수는 공화당 51, 민주당 49가 됐다. 공화당은 졸지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전 지역구를 잃어 내년 민주당에 상원 과반을 내줄 걱정도 떠안게 됐다. NYT는 “민주당의 상원 과반 탈환은 여전히 어렵지만 (존스의 당선으로) 그 가능성이 처음으로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무어를 지지하는 유세 전면에 나섰던 ‘극우 포퓰리즘’의 기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망신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최종 확정된 뒤 트위터에 “힘겹게 싸워 이긴 존스에게 축하를 보낸다. 승리는 승리다”라고 적었다. 반면 무어는 “표 차가 크지 않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패배 승복 연설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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