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경제사상’ 발표날, EU “왜곡된 국가주도 경제”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中 “5년간 年평균 7.1% 성장… 세계경제의 원동력 됐다” 선전
EU “가격 통제-시장 왜곡” 보고서… 中에 별도 덤핑기준 적용 제안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5년간 시장경제 작동 등으로 역사적인 성과와 변혁을 이뤘다고 밝힌 20일, 유럽연합(EU)이 중국을 ‘왜곡된 국가 주도의 경제’라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3일간의 중앙경제공작회의를 마치면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경제사상’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7.1%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등 중국의 경제실력이 커지고 세계 경제의 주요 원동력이 됐다고 자평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시장이 자원배분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한 덕분에 경제성장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10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제시된 데 이어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시진핑 경제사상’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어 ‘시진핑 경제사상’은 지난 5년간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얻은 이론적 결정체이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 경제의 최신 성과’라면서 향후 5년간 정책 기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EU 집행위는 지난 2년간 조사해 이날 발표한 46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에 의한 시장 개입과 가격 왜곡이 있었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 비해 땅을 싸게 사거나 혹은 공짜로 받고, 에너지 가격이 싸며, 자본에 대한 접근이 차별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국이 원료 가격을 강하게 통제하고, 노동자 권리를 제한해 왔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는 중국 당국의 ‘시장 왜곡’과 ‘개입’이라는 표현이 각각 92번과 95번이나 등장했다.

EU가 현재 덤핑 기준을 ‘자국 내 가격보다 낮게 수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심각한(significant) 시장 왜곡’이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별도의 ‘국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에도 미국 EU 등에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하도록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ES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덤핑 가격 기준이 제3국의 가격에 준해서 정해진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자국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EU 보고서와 관련해 “EU의 덤핑 판정 기준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중국은 20일 경제공작회의를 폐막하면서 내년에 양적 성장 위주에서 불균형 해소와 지속 가능성의 질적 성장 체제로의 전환 등을 내용으로 한 경제 기조를 발표했다. 공작회의 공보는 시 주석이 10월 19차 당대회 폐막 보고에서 ‘중국 사회의 모순이 인민의 수요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불균형, 불충분한 발전 간의 모순으로 바뀌었다’고 규정한 것처럼 소득 격차 해소와 인민의 행복 추구를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내년부터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로 함에 따라 구체적인 경제성장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거나 양적 성장 촉진을 위한 수요 진작책 등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u#중국#시진핑#집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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