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24일 밤 11시30분 서울 통과”

美대공방위사령부, 산타 추적… 어린이들 위해 63년째 서비스

평소라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면밀히 주시했을 북미대공방위사령부(NORAD)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올해도 ‘산타 행적 추적 본부’로 깜짝 변신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NORAD 본부는 “산타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는 어린이들의 전화 세례에 친절히 응대하는 산타 모자를 쓴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로 북적였다고 AP통신이 이날 전했다. 이때쯤 걸려오는 전화와 쇄도하는 e메일은 10만 건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이날 휴가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어린이들의 질문에 전화로 답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NORAD의 변신은 올해로 63년째다. NORAD는 별도 웹사이트(www.noradsanta.org)를 통해 3차원 그래픽으로 산타 썰매가 지구를 도는 실시간 영상도 제공했다. 지도상에서 산타는 24일(한국 시간) 오후 11시 반경 서울을 지나쳤다. 산타가 지구 구석구석 방문을 모두 마친 25일, NORAD에 따르면 총 72억8000만 개의 선물이 전 세계 어린이에게 배달됐다. 산타는 한반도에선 서울 외에도 부산, 인천 등을 찾았다.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평양도 방문했다.

NORAD의 이벤트는 1955년 한 어린이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가 계기가 됐다. 당시 한 장난감 가게가 콜로라도주 지역지에 ‘산타와 통화를 할 수 있다’며 산타 전화번호가 포함된 광고를 게재했는데, 번호 중 한 자리를 잘못 써 장난감 가게가 아닌 NORAD의 전신 대륙방공사령부(CONAD)의 전화번호가 신문에 실린 것이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당시 근무 중 “혹시 산타인가요”라는 어린이의 전화를 받은 사령부 직원들은 장난 전화인 줄 알았지만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현장에 있던 해리 슈프 대령이 “허허허, 올 한 해 착하게 지냈니”라며 이내 하얀 거짓말을 시작해 상황을 무마했다. 어린이의 동심을 지키기 위한 이런 작은 노력이 현재의 대규모 행사로 이어졌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