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딥포커스]그라운드의 ‘검은 다이아몬드’, 라이베리아 대권 눈앞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3시 00분


조지 웨아, 대선 결선투표 승리 유력

“저는 한때 힘든 경쟁 속에 살았고, 승리했습니다. 그래서 조지프 보아카이 부통령(72)이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전설적인 축구 스트라이커 조지 웨아(51)가 라이베리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26일 결선 투표가 끝난 라이베리아는 1944년 이래 처음으로 민주적인 정권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웨아 후보가 이 역사적인 순간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다수다. 19세기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세운 라이베리아는 그간 쿠데타와 독재 정권, 내전 등으로 민주적으로 권력이 이양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라이베리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결선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변혁회의(CDC) 소속 웨아 후보는 앞서 10월 1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38.4%를 득표해 28.2%에 머문 보아카이 후보를 제치고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득표율이 반을 넘지 않아 결선 투표를 치렀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웨아 후보는 라이베리아 젊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인구 410만 명의 라이베리아는 유권자의 5분의 1이 18∼22세로 청년 지지층의 입김이 세다.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의 웨아 후보 인기도 높다. 몬로비아 최악의 빈민가 출신인 그는 빈곤 속에서 자라나 20세기 최고의 아프리카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웨아는 명장 아르센 벵거 감독(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게 발탁돼 아프리카 리그에서 프랑스 AS모나코로 이적한 뒤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모나코에 도착한 그는 당장 쓸 돈이 없어 벵거 감독에게 500프랑을 용돈으로 받아 쓰기도 했다. 웨아는 “인종 차별이 절정에 달했을 때 벵거 감독은 사랑으로 나를 대했다”며 “그가 없었다면 나는 유럽에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벵거 감독도 자신이 발탁한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로 아직까지 웨아를 꼽고 있다.

웨아는 AS모나코를 비롯해 AC밀란, 첼시, 맨체스터시티 등 유럽 최고의 팀들에서 뛰었다. 특히 AC밀란으로 이적한 1995년에는 경이적인 활약을 보이며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렸다. 그해 그는 아프리카인으로는 최초로 발롱도르를 수상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웨아는 2003년 축구선수를 은퇴한 뒤 고국 라이베리아의 정치판에 투신했다. 2005년 대선에도 출마했지만 집권 통합당(UP)의 엘런 존슨설리프 현 대통령에게 15만 표 차로 낙선했다.

웨아 후보는 2005년 당시의 패배를 “가치 있는 학습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많은 이들이 그의 미숙한 정치 경험과 학력을 문제 삼았다. 그 후 웨아 후보는 대권을 위한 수업에 착실히 임했다. 2006년 40세의 나이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고, 2011년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더브라이대에서 경영학 학사를 받았다. 2년 후에는 행정학 석사 학위까지 땄다. 웨아는 2014년 라이베리아 몽세라도주의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웨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투명성 등의 가치를 내세우며 빈곤 퇴치와 교육권 강화를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빈곤의 희생자였다”고 말하는 그는 라이베리아의 빈곤층에 미래의 비전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집권 후 150일 이내에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라이베리아#대선#조지 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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