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한 日, 정년 80세 기업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3시 00분


삿포로 운송회사 10월부터 도입… ‘70세 넘어도 근무’ 회사도 늘어
구직자 1명당 일자리 1.56개

인구 감소로 일손 부족이 심각한 일본에서 정년을 80세로 늘린 기업이 등장하는 등 고령자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NHK 등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의 운송회사인 히가시삿포로닛쓰유소(東札幌日通輸送)는 10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80세 정년 제도를 도입했다.

65세에 일단 퇴직하고 퇴직금을 정산하지만 희망할 경우 자동으로 8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운전기사 대신 영업, 총무 등의 업무를 맡게 했다. 회사 측은 “베테랑이 키워 온 노하우와 인맥을 계속 발휘해 줬으면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즈오카(靜岡)현 이와타(磐田)시의 파이프 가공업체 ‘고겐공업’은 사원 270명 중 30%가량인 76명이 65세 이상이다. 이 회사는 버블 경기가 한창이던 30년 전 일손이 필요해 시니어 채용을 시작했으며 원하는 나이까지 일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최고령 사원은 89세이며 올 4월에는 72세 남성을 새로 채용했다.

기업들이 고령층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젊은 일손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2808만 명을 정점으로 2015년까지 100만 명가량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보다 훨씬 많은 600만 명이나 줄었다. 여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난 결과 11월 유효구인배율(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은 1.56배로 고도경제성장기 이후 4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황이 됐다. 구직자 1명당 1.56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제조업 분야의 기업 80%가 ‘인재 확보가 당면 과제’라고 답할 정도로 구인난이 심하다.

일본은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정년 연장에 나서 2013년 기업에 65세까지 고용 유지를 의무화했다. 기업 중에는 인건비 부담 등을 감안해 일단 퇴직 후 급여를 낮춰 재고용하는 형태가 많은데, 최근에는 구인난 때문에 70세가 넘어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할 수 있게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일본 노인들의 체력이 상대적으로 좋아졌다는 점도 고령자 고용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일본 스포츠청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의 체력은 지난 20년 동안 5세 이상 젊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노인 기준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늘려야 한다는 논의도 힘을 얻고 있다. 근로 의욕도 높아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60%가 더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처음부터 고령 인재를 타깃으로 채용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의 자동차 부품판매회사 비오리는 해외로부터의 부품 조달, 특히 일본에서 구하기 어려운 이탈리아 자동차부품을 구하는 것이 과제였다. 대기업에서 해외사업을 한 경험이 있는 인재를 찾은 끝에 이탈리아 항공회사에서 38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68세 남성을 임원으로 채용했다. 이 남성은 현지 근무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이탈리아에서 직접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NHK는 “노인 세대의 사회 활약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한 노인이 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의료비가 억제되는 등 부차적인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구인난#일손부족#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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