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은 시민 연구실… ‘리빙랩’이 혁신 프로젝트 진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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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새해 특집/유럽 스마트시티를 가다]<中> 네덜란드 상향식 ‘풀뿌리 도시개발’

길 위의 발전소 ‘태양광 도로’ 네덜란드 크로메니의 자전거 전용도로에 설치된 ‘솔라로드’를 따라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자전거도로 바닥 왼쪽의 짙은 부분에 약 100m 길이로 태양광 패널이 깔려 있다. 크로메니=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길 위의 발전소 ‘태양광 도로’ 네덜란드 크로메니의 자전거 전용도로에 설치된 ‘솔라로드’를 따라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자전거도로 바닥 왼쪽의 짙은 부분에 약 100m 길이로 태양광 패널이 깔려 있다. 크로메니=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쪽에 위치한 마린테린 구역. 이곳의 3층 건물 옥상에는 다양한 식물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얼핏 보면 도시농업이 유행하면서 설치된 옥상정원 같지만 ‘스마트루프 2.0’이라는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옥상 바닥에는 빗물을 저장했다가 자동센서를 통해 식물에 물을 주는 원통형의 특수 장치가 설치돼 있다. 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수증기를 증발시켜 건물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코르넬리아 딩카 암스테르담스마트시티(ASC) 총책임은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폭염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57개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어떤 식물이 어울리는지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인근 레스토랑의 제안으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딩카 총책임은 “레스토랑이 제안해 지난해 9월 시와 수자원관리회사인 워터넷, 연구기관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선도적인 스마트시티로 꼽히는 암스테르담은 이처럼 시민들의 참여가 곳곳에 배어 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상향식의 ‘풀뿌리 생태계’가 암스테르담의 도시 혁신을 이끄는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 시민 참여, 리빙랩 활발

암스테르담의 스마트시티 조성은 ASC라는 조직이 주도하고 있다. ASC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학교, 지역주민들이 몸담고 있다. 마이크 오식 홍보담당 책임은 “ASC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오픈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ASC가 현재 진행 중인 200개 이상의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이 참여하는 ‘해커톤’(한 주제를 놓고 다수가 협업해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회)을 통해 탄생했다. 지난해 4월 진행된 ‘마크 여 스타트(Maak Je Stad)’가 대표적인 사례다. ‘건강한 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해커톤 대회를 열자 시민, 사회적 기업 등 460개 팀이 참여했다. 현재 이 가운데 36개 프로젝트가 선정돼 실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서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의 투표로 다양한 스마트시티 사업이 진행된다. 시민이 온라인상에 아이디어를 제시해 1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면 지자체가 이행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곳곳에 퍼져 있는 다양한 형태의 ‘리빙랩(Living Lab·생활 현장에서 시민과 전문 연구자 등이 기술 개발 과정부터 함께 참여하는 방식)’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마린테린 구역 인근에 설치된 스마트 파킹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리빙랩’이 만들었다. 길가에 차량이 10분 이상 주차돼 있으면 IoT가 장착된 태양광 센서가 이를 인식해 해당 차량에 경고한 뒤 주차관리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IoT 리빙랩의 파울 만바링 대표는 “지역주민이 아이디어를 내고 시정부의 펀딩을 받아 만든 것”이라며 “네덜란드에 50개의 리빙랩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전기 생산하는 세계 첫 태양광 자전거도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려는 네덜란드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암스테르담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 크로메니. 기찻길 옆 자전거도로 바닥에는 약 100m 길이로 줄무늬 모양의 특이한 콘크리트가 깔려 있다.

2014년 세계 최초로 태양광 패널이 적용된 자전거도로 ‘솔라로드(Sola Road)’다. 현재 솔라로드 10m당 연간 1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600k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이 방식을 택한 것은 네덜란드가 세계 최대 ‘자전거 나라’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자전거도로 면적은 1000km²로 모든 건물의 지붕 면적을 합친 것(약 400km²)보다 훨씬 넓다. 솔라로드 개발에 참여한 응용과학연구소 TNO의 스탄 클레르크스 시스템 설계자는 “자전거도로 30%만 솔라로드로 만들어도 전기차 800만 대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올해 지자체와 기업, 연구소 등이 참여해 자동차가 다니는 일반 도로에도 태양광 패널을 적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클레르크스 설계자는 “네덜란드는 국토가 좁아 풍력발전처럼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기 어렵다”며 “태양에너지, 지열 등을 이용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암스테르담#리빙랩#스마트시티#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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