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상을 넘나드는 광역 경제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카자흐스탄을 수출 물류 전진기지로 삼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바닷길을 이용할 때보다 카자흐스탄 내륙을 통할 때 운송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장점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NYT에 따르면 중국 국영 중국원양운수총공사는 지난해 여름 중국 국경과 인접한 카자흐스탄 호르고스 지역의 ‘내륙 항만(dry port)’ 지분 49%를 사들였다. 이 지역은 차가운 서리가 뒤덮인 아스팔트와 철길뿐인 황량한 곳으로 바다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중국이 오지였던 이곳을 주목하는 이유는 유럽 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안도시에서 해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할 경우 유럽까지는 약 45~50일이 걸린다. 반면 중국 내륙과 중앙아시아를 거치면 운송시간이 절반으로 대폭 줄어든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중심지들 중 하나인 셈이다.
호르고스 내륙항만 운영회사의 최고책임자(CEO) 자슬란 캄진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바보가 아니다”라면서 “중국 기업들은 이곳에 투자하면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이윤을 남기고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0만 개에 불과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020년 50만 개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고스 지역엔 항만 운영에 필요한 노동자와 세관원, 직원들을 위한 신도시 뉘르켄트도 마련됐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뉘르켄트 인구는 앞으로 1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카자흐스탄 내륙이 중국의 물류 허브로 자리잡게 되면서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 영향력을 발휘해 온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당장 러시아의 유럽 수송 비즈니스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91년 카자흐스탄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며 러시아의 지배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지만, 현재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중국의 지배를 받는 위성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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