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여성 300명 “남성중심의 시간은 끝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03시 00분


성폭력 고발 ‘미투’ 캠페인 이어 ‘타임스 업’ 운동 위한 단체 결성
160억원 기금 조성해 법적 지원

2017년 10월 할리우드 연예계에서 시작돼 세계 각국으로 번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바람이 새해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새해 첫날인 1일 할리우드 여성 종사자 300여 명이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타임스 업(Time‘s up·시간은 끝났다)’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처음으로 폭로한 애슐리 저드를 비롯해 에바 롱고리아, 리스 위더스푼, 제니퍼 애니스턴, 에마 스톤 등 유명 배우들과 ‘그레이 아나토미’의 숀다 라임스 등 유명 프로듀서들이 이 단체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전면광고를 내고 미국 영화계, 농장·공장 등 이른바 블루칼라 업계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되어 온 성폭력 문제와 맞서 타임스 업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들은 “남성 중심적인 직장에서 승진하고 인정받으려는 여성들의 투쟁은 이제 끝나야 한다.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남성) 독점의 시간은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임스 업 운동은 영화계·언론계·정계 등 고위직 남성들의 성희롱·추행·폭력 행태를 고발했던 지난해의 미투 캠페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블루칼라 여성 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 사실에 초점을 맞춘 데다 피해 여성들의 법률 지원을 위해 1500만 달러(약 159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시작된 온라인 모금은 2일 오후 현재 약 1370만 달러(약 145억 원)가 모여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타임스 업은 성폭력 문제를 묵인하는 기업을 처벌하는 법률 제정 등을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했다.

이들의 첫 외부활동은 7일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이다. 일제히 검은색 의상을 입고 시상식장에 나타나 성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미투에 공감하는 남자 배우들도 다수가 검은 옷을 입겠다고 선언했다. 롱고리아는 “수년간 이러한 시상식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얼굴, 드레스 등 여성성으로 소비돼 왔다”며 “이번엔 패션을 뽐내는 시간이 아닌 연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새해 벽두부터 ‘제2의 와인스틴’들이 속속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 노르웨이 제1야당인 노동당의 트론 이스케 부대표가 성희롱 의혹으로 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성추행 혐의 및 신체·언어적 학대 혐의가 제기된 미국 뉴욕시티발레단 부설 아메리칸발레스쿨의 예술감독 겸 이사회 의장 피터 마틴스도 1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성추문 스캔들로 공석이 된 미스아메리카 조직위원장 자리에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회장이 선임됐다. 조직위원회는 1일 1989년 미스아메리카 우승자인 그레천 칼슨을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조시 랜들 전임 위원장은 과거 수상자의 외모와 성생활을 조롱하는 e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이 언론에 폭로돼 지난해 12월 불명예 퇴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할리우드#미투#metoo#성폭력#성차별#성추문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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