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해 트윗 공격대상 1호는 파키스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03시 00분


“15년간 330억 달러 줘도 속임수만” 테러리스트 도피처 제공 비난
군사원조 집행 잠정 중단시켜
파키스탄 발끈… 美대사 불러 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첫날 아침에 올린 첫 트윗에서 파키스탄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거짓말쟁이’라는 모욕과 함께 군사원조 중단 위협을 받은 파키스탄은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정초부터 트럼프의 분노가 외교분쟁으로 비화되면서 2018년도 순탄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국은 어리석게도 파키스탄에 지난 15년간 330억 달러(약 35조 원) 이상을 건넸지만 그들(파키스탄)은 우리 지도자들을 바보(fool)로 생각하면서 거짓말과 속임수만 되돌려줬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그들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해주고 있다”며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파키스탄을 겨냥한 트윗이 올라온 뒤 라지 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2억5500만 달러(약 2730억 원)에 이르는 2016년분 대(對)파키스탄 군사원조를 집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지원 중단을 공식화했다. 미 의회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대테러전쟁’이 본격화된 2002년부터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파키스탄에 총 340억 달러를 군사원조 명목으로 지급해 왔다.

파키스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파키스탄 국방부는 1일 트위터에 “‘반(反)테러 동맹국’으로 미국에 군부대 부지 등을 제공해 16년간 알카에다를 섬멸해 왔는데, 돌아오는 건 독설과 불신뿐”이라고 반박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같은 날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샤히드 카칸 아바시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내각은 3일 회의를 소집해 대책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대테러전쟁’ 핵심 파트너지만 탈레반 등에 소속된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준다는 비판도 꾸준히 받아 왔다. 테러조직에 너무 강경하게 나설 경우 파키스탄 내부의 안보가 불안정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지역 라이벌인 인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향력을 높여 결과적으로 파키스탄을 압박할 것을 우려해 파키스탄이 그에 대한 견제 목적으로 탈레반과 전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이 파키스탄을 압박하자 인도는 반색했다. 인도 내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은 “(트럼프의 파키스탄 비판은) 대테러 메시지로 세계를 통합해 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외교적 승리”라고 논평했다고 2일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도 “파키스탄이 대테러 노력을 증강시키도록 압박할 것이며 자국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을 상대로 단호한 행동을 취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 분노#파키스탄 발끈#군사원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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