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도 ‘미투’ 바람… 성폭력 저명학자 정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美 실리콘밸리 근무 여성, 12년전 박사과정 지도교수 고발

세계적 성폭행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동참자가 나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뤄첸첸(羅茜茜) 박사는 12년 전 베이징항공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였던 천샤오우(陳小武·46·사진)를 1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고발했다고 3일 홍콩 밍(明)보가 전했다.

뤄 박사는 천 교수가 자기 누나 집에 자신을 데려간 후 방문을 잠그고 “아내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 등을 늘어놓으며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뤄 박사의 저항에 뜻을 이루지 못한 천 교수는 “너의 품행을 시험해 본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뤄 박사는 이후 우울증과 환청, 환각에 시달리다가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확산된 미투 캠페인에 힘입어 천 교수를 항공대 기율검사위원회 감찰처에 고발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천 교수에게 피해를 본 여학생 7명의 증언도 함께 녹음해 제출했다. 이 중 한 명은 자신이 성폭행으로 임신했었고, 천 교수가 돈으로 입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을 연구하는 천 교수는 중국 교육부가 학문 성취가 뛰어난 학자에게 주는 ‘창장(長江)학자’ 칭호까지 받은 인물.

뤄 박사의 폭로가 웨이보에서 순식간에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파문을 낳자 항공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성폭행 피해 고발 운동#metoo#미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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