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그룹 ‘2018년 세계의 리스크’
美中, AI 등 첨단기술 주도권 대결… 보호무역 강화로 국제 갈등 자극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2008년에 버금가는 글로벌 위기가 올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정치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은 2일 이같이 경고하며 ‘세계 10대 리스크(위험요소)’를 선정한 연례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첫 번째 위험요소는 ‘중국의 부상’.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인 노선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상실됐다. 올해 미국의 국제사회 영향력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은 저항 없이 무역과 투자, 기술 개발, 타국에 대한 개입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새로운 국제 기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도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두 번째 리스크는 국제사회 분쟁 가능성. 국제사회를 이끄는 강력한 국가가 사라진 G-제로 시대엔 오판에 따른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G-제로는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2011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쓴 용어로, 중국과 미국을 일컫는 주요 2개국(G2) 등 세계 질서의 주도 세력이 상실된 상태를 말한다. 보고서는 오판에 의한 북-미 충돌과 시리아를 둘러싼 미-러 갈등을 우발적 충돌 가능성 사례로 언급했다.
기술을 둘러싼 경쟁도 위험요소 중 하나다. 과거 냉전이 미소 대결이었다면, 이젠 미중 간 기술 냉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개발의 주도권을 두고 양국이 격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악화되는 미국과 이란의 관계도 리스크에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2015년 체결된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핵 합의가 와해되고 주변국들의 긴장도 고조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각국이 자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 보호주의 입장을 취하는 것도 국제 갈등을 자극할 위험요소로 꼽혔다. 보고서는 “난항을 겪고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과정, 각국에서 부상하는 정치 체제에 대한 불신과 포퓰리즘 등이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국가별로는 멕시코와 남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남아시아의 경우 종교·문화적 정체성에 따른 갈등과 불안이 기업 환경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보고서는 아프리카 국가 중 나이지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나라들이 주변국의 불안정한 정세 영향으로 테러 등의 위협에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매년 세계의 리스크를 발표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엔 트럼프 대통령이 이끌게 될 ‘예측 불가능한 미국’을 위험요소 1위로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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