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이어 새해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남녀 임금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영국 BBC방송의 여성 원로 기자가 자신의 보직을 내려놓으며 자사의 남녀 임금 차별 행태를 공개 비판했다.
7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BBC 중국 지사 편집장 캐리 그레이시(사진)는 최근 본인의 블로그에 공개한 편지를 통해 “BBC가 비밀적이고 불법적인 임금 문화를 운영하고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30년 이상 BBC에 몸담은 베테랑 중국 전문기자인 그는 BBC가 남성과 여성은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영국 평등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년간 BBC 국제 편집장직에 남성 2명, 여성 2명이 있었는데 지난해 7월 남성 편집장들이 여성들보다 최소 50% 이상 더 많은 월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BBC는 지난해 7월 연간 15만 파운드(약 2억1600만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고소득 방송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당시 명단의 3분의 2가 백인 남성인 것이 확인되면서 BBC 내 남녀 임금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그레이시는 곧바로 상사에게 항의했으나 본사는 남성 국제 편집장의 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는 “임금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역할 차이가 있다고 본사는 말했지만 그 차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인상안을 거부했다. 지난주 편집장직에서 사퇴한 그는 남성과 동등한 임금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이전 부서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레이시는 “갑작스럽게 중국 지사 팀에 작별을 고하게 되어 괴롭다”면서도 “팀원 대부분은 훌륭한 젊은 여성들이었다. 나는 우리 세대가 승리를 쟁취하는 데 실패해 젊은 세대가 미래에 이러한 싸움을 다시 벌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편지에 적었다. 이어 “올해는 영국에서 여성이 투표할 권리를 얻은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며 “올해 남녀 임금 평등을 쟁취함으로써 그때의 용감했던 세대에 경의를 표하자”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