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57)는 현지에선 ‘MbZ’(무함마드 빈 자이드의 영문 약자)로 불린다. 또 ‘UAE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불린다. 이복형이며 아부다비의 에미르(Emir·통치자)인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70)이 2014년 뇌졸중(뇌중풍)으로 쓰러진 뒤부터 UAE의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바이 에미르이며 UAE 부통령 겸 총리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69)보다 덜 유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두바이의 혁신’을 주제로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막툼 부통령과 달리 언론 노출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UAE의 ‘돈줄’인 원유를 아부다비가 쥐고 있다는 점에서도 결국 UAE의 실질적인 통치자는 무함마드 왕세제라 할 수 있다. 그는 아부다비 경제개발위원회와 국영투자개발회사인 무바달라의 회장도 맡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 2009년 프랑스와 바라카 원전 사업 수주 경쟁이 붙었을 때 이 전 대통령은 군사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카드를 제시하며 무함마드 왕세제를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2009년 12월 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 후 귀국 전용기에서 무함마드 왕세제로부터 “UAE를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은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직접 전했다. 원전 수주를 알리는 낭보였다.
원전 수주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제로부터 사막 별장에 초대를 받은 적도 있다. 아랍권에서 사막 별장 초대는 아주 특별한 예우다. 이 전 대통령은 사막에서 매 사냥을 함께 즐기는 등 무함마드 왕세제와 우의를 쌓으며 원전 수주와 군사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 아버지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33)와 친분이 깊다는 것도 무함마드 왕세제의 강점이다. 두 사람은 탈석유, 개혁·개방 정책에 대한 의견을 자주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타르 단교 조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중장기적인 이란 견제의 필요성 같은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많다. ‘UAE 왕세제가 도와주면 사우디 원전 사업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UAE 무함마드 왕세제는 자국의 군사력 못지않게 정보력을 키우는 데도 관심이 많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UAE는 최근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용병업체인 ‘블랙워터’ 관계자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용해 자국의 정보요원들을 양성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전문매체인 ‘알 모니터’는 UAE가 워싱턴 외교가 등에서 로비에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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