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국민 분통 터지게 해”… 美연방정부 셧다운에 불만 폭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자유의 여신상 폐쇄에 예매표 환불… 페리 승객 70% 감소 등 관광 타격
뉴욕주 “매일 7000만원 투입 재개장”

발길 돌리는 관광객 20일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하는 페리가 출발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 배터리파크 선착장에서 관광객들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이 폐쇄됐다’는 안내문을 읽고 있다. 일부 관광객은 안내문을 읽고 발길을 돌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발길 돌리는 관광객 20일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하는 페리가 출발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 배터리파크 선착장에서 관광객들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이 폐쇄됐다’는 안내문을 읽고 있다. 일부 관광객은 안내문을 읽고 발길을 돌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정치인들은 국민이 기뻐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20일 미국 뉴욕 맨해튼 배터리파크의 선착장에서 만난 관광객 샤인 진 밥티스티 씨(여)는 분통을 터뜨렸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남자친구 도미니크 패트로셀리 씨와 함께 뉴욕 관광을 온 그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에 발도 디디지 못하고 선착장에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전날 미 상원에서 임시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연방 공무원의 40%인 80만 명이 일시 해고 상태가 됐고, 자유의 여신상과 100여 년 전 이민자를 받아들이던 엘리스섬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청(NPS)의 업무도 중단됐다. 패트로셀리 씨는 “우리같이 자주 여행을 하기 힘든 서민들에게 연방정부 셧다운은 불공정한 일”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썰렁한 선착장 여기저기에 ‘연방정부의 예산 배정이 늦어져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영문도 모르고 선착장을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은 안내판 앞에서 돌아서거나 선착장에 서서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일부 관광객은 부랴부랴 예매한 표를 환불했다. 뉴욕주에 따르면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을 오가는 페리 승객은 평소에 비해 70% 감소했다. 엘리스섬은 1892년부터 1954년까지 이민자들의 입국 심사가 진행됐던 곳이다.

관광 수입 감소를 우려한 뉴욕주는 21일 주 예산을 투입해 월요일부터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을 개장하는 비상 대책을 내놨다. 미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하루 6만5000달러(약 7000만 원)의 운영 예산을 주 관광 예산에서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뉴욕주는 2013년 17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 때 25만 달러를 지원해 자유의 여신상을 4일 동안 개장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두고 책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를 위해 수백만 미국인과 군대를 볼모로 정부를 멈추게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바꿨다”며 ‘트럼프 셧다운’이라고 맞섰다. 미 정치권은 ‘주중 셧다운’을 막기 위한 주말 막판 타협에 실패해 상원의 임시예산안 표결이 22일 낮 12시(한국 시간 23일 오전 2시)로 미뤄졌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자유의 여신상#셧다운#연방정부#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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