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벌금부과 이어 유럽 ‘전쟁’ 확산
총선 앞둔 伊, 내무부에 신고 포털… 경찰이 진위 판별한 뒤 허위땐 처벌
佛은 고등방송委에 전권 맡겨 검열
페북 “민주주의 훼손 끝낼 것”… 감시인원 연말까지 2만명으로 늘려
“페이스북은 세계의 민주주의를 해치려는 자들의 플랫폼 남용을 막고 가짜 뉴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시 인원을 2배로 늘릴 것이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3일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현재 1만 명 수준인 가짜 뉴스 감시 인원을 연말까지 2만 명으로 늘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2일엔 페이스북 자체 뉴스룸에 “나쁜 유저들이 우리 플랫폼을 얼마나 남용했는지, 우리가 민주주의를 얼마나 침식시키는지를 인식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자성의 글을 올렸다.
EU는 페이스북이 회원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면서 정작 가짜 뉴스는 사실상 방치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스페인 카탈루냐 조기 총선까지 페이스북에는 끊임없이 가짜 뉴스가 퍼져 왔다.
이 때문에 독일이 올해부터 가짜 뉴스와 혐오성 댓글이나 게시물을 24시간 안에 삭제하지 않으면 페이스북에 벌금 5000만 유로(약 660억 원)를 매기기로 하는 등 EU 각국은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2016년 전체 매출 276억 달러(약 29조5000억 원) 중 각종 벌금으로만 11억 달러(1조1700억 원)를 낸 페이스북은 이 같은 규제가 부담스럽다.
페이스북은 사실상 올해 첫 주요 선거인 3월 4일 이탈리아 총선에서 오명을 씻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미 여당인 민주당 마테오 렌치 대표는 지난해 1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페이스북을 콕 집어 깨끗한 선거 캠페인이 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탈리아에서만 페이스북 이용자가 3000만 명을 넘는다.
로라 보노치니 페이스북 이탈리아 총책임자는 “우리는 이탈리아 선거에서 가짜 뉴스가 퍼지지 않게 감시하기 위해 많은 팩트체커 태스크포스팀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부터 가짜 뉴스를 발견하면 관련 기사들을 붙여 사용자가 해당 뉴스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는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이들은 게시물 홍보를 차단하고 페이스북 광고를 구매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016년 12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 당시 러시아가 가짜 뉴스로 관여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 개헌 부결로 큰 타격을 입은 민주당 정부는 이번 총선에서도 각종 가짜 뉴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18일 내무부에 가짜 뉴스 신고 온라인 포털을 만들었다. 누구나 이곳에 가짜 뉴스 신고 글을 올리면 경찰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다. 신설된 경찰의 가짜 뉴스 판별 단속반은 특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해당 뉴스의 출처를 확인하고 진위를 판별한 뒤 가짜로 확인되면 뉴스를 내리게 할 수 있고 처벌도 가능하다. 이탈리아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경찰이 팩트체커 역할까지 하겠다는 것이냐”며 “국민을 감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이탈리아의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23일 “다른 국가와 조직들이 만들어내는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국가 안보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어느 조직에 맡길지는 고민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가짜 뉴스 근절을 외친 프랑스는 방송 규제를 담당해 온 프랑스 고등방송위원회(CSA)에 거의 전권을 맡겨 검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역시 사전 검열 우려에 따른 반발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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