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힙합 가수의 방송 출연을 금지한 중국 당국의 조치에 따라 출연 중이던 음악 프로그램에서 퇴출된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힙합 스타 GAI. 사진 출처 바이두
중국TV에서 힙합 가수가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부터 중국에 불기 시작한 힙합 열풍에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산당 가치관과 거리가 먼 저속한 문화라는 게 이유다. 사회 문화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방송 미디어 감독 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최근 선전 관련 회의를 열고 연예인의 방송 출연 금지 4대 기준을 제시했다. △당에서 마음이 멀어진, 인품과 덕성이 고상하지 않은 연예인 △저속하고 세속에 영합하는 연예인 △사상 격조가 낮은 연예인 △오점과 스캔들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연예인은 방송 출연을 절대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문신을 한 연예인, 힙합과 비주류 문화, 퇴폐문화를 드러낸 연예인 역시 출연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400만 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의 힙합 스타 GAI(본명 저우옌·周延)가 당장 철퇴를 맞았다.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후난(湖南)위성TV ‘2018 가수’(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던 그는 18일 돌연 녹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방송사 측은 함구하고 있지만 여론은 그가 퇴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지난(濟南)일보는 23일 “(광전총국의) 4대 기준이 실제 구체적인 조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GAI는 웨이보에서 이름을 ‘슈퍼무적 GAI’에서 ‘GAI저우옌’으로 바꿨고 ‘말하고 노래하는 가수’의 태그도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힙합 가수 PGone(본명 왕하오·王昊)은 최근 관영 신화(新華)통신으로부터 “가사가 마약 흡입을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웨이보에 사과문을 올렸다.
현재 중국은 지난해 대표적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가 제작한 힙합 대결 프로그램 ‘중국 힙합(The RAP of CHINA)’이 선풍을 일으킨 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힙합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힙합의 도발적인 비주류 문화는 사회 문화 통제를 강화해 온 시진핑 정부에 눈엣가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일부 힙합 가사가 마약을 옹호하는 등 사회질서 유지에 해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힙합 문화 자체를 통제하려는 데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광전총국의 논리가 정말 이상하다. 가수의 인품 문제가 힙합과 무슨 상관인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용자는 “힙합을 금지하는 것은 웃기고 경멸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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