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시진핑, 북극에도 눈독… ‘빙상 실크로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03시 00분


육상-해상 이어 3번째 루트 야심… 中외교부 정책백서 발표

“중국은 북극 사무(事務)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다. 이 지위를 넘어서지도 않겠지만 이 지위에서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5일 베이징(北京) 국무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북극정책 백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북극 문제의 이해당사자’라고 선언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은 새로운 북극정책을 내놓을 것이고 북극의 평화 안정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극에서 무려 3000km 떨어져 있는 중국이 자신을 ‘북극 국가’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극 국가라고 하면 영토가 북극해와 연결돼 있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을 가리킨다. 중국이 북극 관련 문제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북극 항로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이 세계의 끝까지 갈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 정부는 “러시아 등과 함께 빙상 실크로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중앙아시아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 서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에 더해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빙상 실크로드’의 3가지 루트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자원이 풍부한 북극 실크로드에 대한 지정학적 야심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백서는 “북극의 자연 상황 및 변화가 중국 기후의 생태계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과 북극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중국이 북극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항로를 개발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북극에는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0%, 석유 매장량의 13%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지난해 12월 북극과 인접한 러시아 서시베리아 지역의 야말반도에서 러시아와 공동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9년에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중국은 매년 400만 t의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석탄 중심에서 LNG로 난방 방식을 전환하려는 중국에 이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

중국은 해외 무역 화물의 90%를 해상 루트에 의존하고 있는데, 북극 항로가 열리면 수송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쿵 부부장은 “북극 항로를 개발하면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 루트보다 거리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오랫동안 불안정한 중동 지역을 피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 매체들은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다롄(大連)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운하를 통한 해상 통로(48일)보다 운송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27∼33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간 국제무역운송 비용을 533억∼1274억 달러가량(약 57조∼136조 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그동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및 그린란드 등과의 관계 증진에 나선 것도 북극 항로 개척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북극에 대한 중국의 관심 이면에 자국의 이익 보호를 위한 군사 기지 확보 의도가 있다고 우려한다. FT에 따르면 중국의 광물 회사가 그린란드에서 광물 채굴권을 획득하면서 현재는 이용하지 않는 해군 기지까지 사들이려 했으나 안보 문제에 대한 그린란드 측의 우려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국무원은 9000자에 이르는 북극정책 백서에서 중국의 북극 활동이 국제법 범위 안에서 북극 국가들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협력 등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쿵 부부장은 “자원 약탈과 환경 파괴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북극 개발에 대한 우려는 전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유럽 운송 기간을 10일 이상 단축할 수 있는 북극 항로 개척에 주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역시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 선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극 항로 권리를 놓고 경쟁하거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된 세계 최초의 쇄빙 LNG 운반선에 오르기도 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일대일로#시진핑#중국#북극#실크로드#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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