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힐러리…2년 연속 그래미에 당한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16시 49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2년 연속 직격탄을 맞았다.

28일 밤(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제6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트럼프의 실명과 얼굴이 코믹한 패러디의 소재로 등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의 깜짝 등장도 선보였다. 트럼프의 치부를 고발해 화제가 된 책 ‘화염과 분노: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뒷이야기’의 낭독자로 출연해 코믹 연기를 펼쳤다.

그가 등장한 건 시상식 중간에 삽입된 콩트를 통해서였다. 콩트 내용은 ‘화염과 분노…’의 낭독자를 선정하는 가상 오디션. 먼저 음악가 존 레전드, 셰어, 스눕 독, 카디 비가 차례로 나와 “트럼프는 독서를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침대에 누워 치즈버거 먹기를 회의보다 더 즐긴다” 같은 문장을 낭독했다. 뒤 이어 마지막 참가자가 책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독이 든 음식을 먹을까 두려워했다. 맥도날드에서 먹기를 그가 즐기는 이유. 그가 올지 아무도 모르거니와 음식이 안전하게도 이미 조리돼 있다는 것.”


낭독이 끝나기 무섭게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제임스 코든은 “바로 이거!”라 외쳤다. 클린턴은 “그럼 그래미는 떼어 놓은 당상인 거냐”며 반색했다.

시상식 직후 트럼프 진영은 분노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 “가짜뉴스로 된 책을 그래미에서 낭독하다니 마치 대선 패배에 주는 최고의 위로 상 같았다”고 썼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미국대표부 대사도 “위대한 음악을 쓰레기로 망가뜨리지 말라”며 비난했다. 트럼프와 그래미의 악연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2월 트럼프 취임 직후 열린 제59회 시상식에서도 가수와 진행자의 반 트럼프 발언과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날 시상식의 또 다른 화두는 성차별과 성폭력 반대였다. 거의 모든 가수와 출연자들이 옷깃에 ‘흰 장미’를 달고 등장했다. 흰 장미는 성폭력과 성차별 실태를 고발하고 정화를 촉구하며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타임즈 업(Time’s Up)‘ 운동의 상징이다.

재즈 분야 후보로 시상식에 참석한 미국 유명 트럼본 연주자 앨런 퍼버는 이날 행사 직후 본보와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흰 장미 물결은 주최 측이나 특정단체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파된 메시지에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호응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는 “매디슨스퀘어가든 근처에 자동화기로 중무장한 군경이 배치됐으며, 입장권 검사를 다섯 차례나 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고도 전했다.

수상 결과에서는 힙합음악을 대우하지 않는 그래미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래퍼 제이지와 켄드릭 라마가 각각 8개와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팝스타 브루노 마스에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6개 트로피가 수여됐다.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이 힙합 음악가에 돌아간 것은 그래미 60년 역사에서 단 두 차례(1999년, 2004년)뿐이다.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이다. 전미리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매년 주최하고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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