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진보당 대표의 출마가 좌절되면서 러시아 곳곳에서 3월 대선을 보이콧하는 반정부 시위가 잇따랐다.
28일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크르 등 러시아 46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수천 명의 시위대는 3월 18일로 예정된 대선을 ‘가짜 선거’로 규정하고, “푸틴은 도둑” 등의 구호를 외치며 푸틴 대통령의 4연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기온이 영하 45도까지 내려간 극동 야쿠츠크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경찰은 반정부 집회가 모스크바시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시민과 함께 행진하던 나발니 대표를 푸시킨스카야 광장에서 체포했다. 나발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의 숫자가 많다면 한 사람을 구금하는 건 무의미하다. 거리로 나와 나를 대신해 달라”며 시위를 독려했다. 나발니 대표는 추후 재판에 출석한다는 조건으로 기소되지 않고 풀려났다. 나발니 대표는 지난해에도 집회와 시위법 위반으로 세 차례 구류형을 선고받았다.
유튜브 등을 통해 시위 소식을 전하던 나발니의 사무실도 폐쇄됐다. 경찰은 폭발물 신고를 빌미로 나발니의 사무실 문을 전기톱으로 부수고 들어가 관계자와 지지자 등 6명을 체포했다. 정치적 체포를 감시하는 민간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 전국적으로 25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3월과 6월 수만 명이 참가했던 반부패 시위보다는 열기가 덜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나발니의 야권 운동은 푸틴 정권에 진정한 위협을 가하기에는 약하지만 러시아의 서로 다른 11개 시간대 지역에서 동시에 시위를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호사 출신 반부패운동가인 나발니 대표는 3월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적한 유일한 후보로 꼽혔지만 2009년 키로프 주 고문으로 일할 당시 산림 벌채 및 목재 가공 기업 소유의 목재 제품 1600만 루블(약 5억6000만 원)어치를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출마가 좌절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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